#5년 차 직장인 A(30)씨는 최근 주거래 은행인 신한은행 애플리케이션(앱)에서 마이데이터 서비스에 가입하고 깜짝 놀랐습니다. 성별과 연령, 월 소득, 직업군, 거주지역 등 8개 정보를 입력하자 이런 결과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비슷한 또래보다 월 소비가 많으시네요. 나의 소비는 상위 10%입니다'. 매달 나가는 카드 값에 월급 구경 제대로 해본 적 없다지만, 씀씀이가 이 정도였을 줄이야.
생각이 많아진 A씨. 바로 '소비 분석' 카테고리 내 '지출 줄이기 도전'을 눌렀습니다. 소비 목표금액 등을 설정하면 실제 사용금액과 비교해 얼마를 더 줄여야 하는지, 혹은 얼마를 더 쓸 수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A씨는 "새해 재테크는 소비 줄이기부터 시작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내 손 안의 금융비서'로 불리는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서비스가 지난 5일 본격 시작된 후 금융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마이데이터 서비스란 A은행, B증권사, C카드사, D보험사 등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개인 신용정보를 한곳에 모아 보여주고, 자산 현황(대출 등 포함)과 소비 습관 등을 분석해주는 서비스입니다. 한마디로 말해 '원스톱 자산관리 서비스'라고 할 수 있지요.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은행(10곳), 증권사(4곳), 카드사(6곳), 핀테크·IT(10곳) 등 33곳(1월 5일 기준)이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공식적으로 시작했습니다.
서비스 가입은 어렵지 않습니다. ①자주 쓰거나 가입하고 싶은 금융사 앱(33곳 중)에 접속해 로그인합니다. ②마이데이터 가입하기를 선택합니다. ③본인 인증과 몇 단계 동의 절차 등을 거치고 ④어떤 금융사 정보를 이용할지, 원하는 만큼 직접 고르면 됩니다. 로그인부터 서비스 가입 완료까지 10분이 채 걸리지 않을 겁니다.
금융사마다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와 정보는 조금씩 다릅니다. 내가 보유한 자산의 종류와 잔액, 대출 현황, 소비 규모 등 기본적인 금융정보는 포함하면서도, 금융사마다 차별화된 서비스를 내세우고 있어, 소비자들은 꼼꼼히 비교한 뒤 선택하는 게 좋습니다.
종잣돈 모으기와 자산투자에 관심이 있다면 신한은행의 '머니버스'를 활용해보면 어떨까요? '주택 구입' '자동차 구입' 같은 버킷리스트(목표)를 선택한 뒤 원하는 아파트(자동차)와 목표 기간을 입력하면 매달 저축액 등을 알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공모주와 아파트 청약은 물론 나이키 드로우(추첨) 일정까지 알려주는 '캘린더'(달력)를 활용해 투자에 나서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KB국민은행은 △택시비 줄이기 △커피 줄이기 △배달음식 줄이기 등 이용자가 직접 지출 목표 금액을 정하고 이에 도달할 수 있도록 돕는 '목표 챌린지'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목표에 맞는 지출액을 정해 한 번 더 생각하고 돈을 쓰자는 취지의 서비스라고 할 수 있지요. 늘 소소한 소비가 많아 고민이라면 이용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입니다.
연말정산 관련한 정보를 원한다면 NH농협은행 마이데이터를 눈여겨볼 만합니다. '연말정산 컨설팅'으로 연중 언제든 연말정산 시뮬레이션을 진행해 올해 예상 환급액을 알 수 있다는 게 특징입니다. 소득 수준과 금융거래 성향을 분석한 '절세 팁(tip)' 제언 서비스도 제공합니다.
주식투자에 눈 뜬 투자자라면 증권사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유용해 보입니다. NH투자증권은 고객이 보유한 전체 주식과 펀드에 대한 성과를 분석한 '투자성과리포트'를 비롯해 자체 평가를 통해 펀드 추천 서비스도 제공합니다.
카드사들은 소비 데이터를 중심으로 한 서비스를 앞세우고 있습니다. 하나카드는 계열사(하나은행·하나카드·하나금융투자)가 함께 참여하는 공동브랜드 '하나합'을 선보였는데요. 리뷰나 별점이 아닌 카드 결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실시간 핫플레이스를 안내해주는 '내 주변 핫플', 하나카드 가맹점주에 방문 손님 분석과 매장 종합 진단 등을 제공하는 '사장님 서비스'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서비스 초기인 만큼 고객을 선점하기 위한 금융사들의 경쟁도 치열합니다.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할수록 '데이터'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금융사가 마이데이터 서비스 가입 시 커피 쿠폰부터, 비상장 주식, 아이패드 등 다양한 경품을 제공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금융사마다 각기 다른 서비스를 제공한다지만, 고객에 따라선 제공되는 정보가 제한적이고 지나치게 단순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다양한 분야와 업종의 사업자들 간 칸막이를 허물고, 데이터 교류가 보다 활발해져야 하는 점은 마이데이터가 떠안은 과제 중 하나입니다.
금융당국도 정보 제공 범위를 넓혀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올 상반기 중 납세 내역과 건강보험, 국민연금 보험료 납부내역 등 공공정보도 제공될 수 있도록 기관과 협의하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금융위 관계자는 "아직 반영되지 않은 금융권 정보나 빅테크 정보 등도 관련 업권 협의 등을 거쳐 올해 중 개방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