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의 칩거가 길어지고 있다. 12일 밤 돌연 일정 중단을 선언한 데 이어 13일에도 두문불출하면서 지지율 위기 타개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정의당은 선거운동 쇄신 차원에서 선거대책위 해체를 결단했으나, 심 후보 복귀 전까지는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여영국 정의당 대표는 13일 심 후보와 연락이 닿지 않아 국회 의원회관 내 심 후보의 사무실을 찾아 "통화가 안 되면 집에라도 찾아가볼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 대표는 선대위원 총사퇴와 선대위 해체와 관련해서 "후보의 잠시 멈춤에 많은 억측을 쏟아내고 있지만, 더 단단한 걸음을 내딛기 위한 결단의 시간"이라며 "선대위원들의 사퇴 결의도 대선 승리를 위한 성찰과 의지의 표현"이라고 강조했다. 후보 중도 사퇴 가능성엔 거리를 둔 것이다.
이날 발표(10~12일 실시)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심 후보 지지율은 3%로, 단기간에 반등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해 보인다.
심 후보가 직면한 위기는 총체적이다. 우선 선거 구도가 2017년 대선과는 다르다. 박근혜 정부 탄핵 직후 치러진 2017년 대선에선 시작부터 진보진영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환경이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꾸준히 '1강 구도'를 유지하면서 당선됐고, 심 후보 역시 TV 토론 등을 통해 진보 색채를 선명하게 드러내면서 진보정당 후보 가운데 역대 최다 득표율(6.17%)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선 진보진영인 문재인 정부에 대한 정권교체론이 정권유지론보다 우세한 구도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심 후보는 정권교체를 넘어선 "정치교체"를 강조하고 있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심 후보의 행보는 정권교체론에 편승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심 후보는 20대 국회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해 민주당과 협력했고, 이를 위해 2019년 '조국 사태' 당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엄호에 나섰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민주당 2중대 역할을 했다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정권교체와 다당제 구현을 외친다는 점에서 다소 모순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핵심 타깃을 향한 메시지도 종종 흔들리는 모습이다. 정의당의 새로운 지지층으로 떠오른 20대 여성에 대한 메시지가 대표적이다. 심 후보는 "진짜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했지만, '페미니즘에만 집중한다'는 평가를 달가워하지 않는다. 그는 전날 한국기자협회 초청토론회에서도 "정의당이 페미니즘 의제를 최우선으로 했다는 건 오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는 20대 여성 지지율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7~9일 실시된 한국리서치·KBS 여론조사 결과, 20대 여성 응답자 중 심 후보 지지율은 14.1%였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21.7%)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15.9%)에 비해 낮은 수준이었다.
결국 심 후보의 향후 선거전략에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견해가 많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어떤 때는 A부터 Z까지 다 하려고 하고, 어떤 때는 정체성 정치(성별·세대·인종 등 집단 정체성에 기반한 정치)를 하는 것 같다"며 "어떤 세대를 공략할지 전략적 목표점이 분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세한 여론조사 결과는 NBS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