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에 갇힐 것인지, 군에 다시 입대할 것인지 30일 안에 결정하라.”
여성 재소자를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전역 군인이자 전 교도관에게 미국 법원이 내린 판결이다. 감옥과 군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얘긴데, 그의 범죄를 군복무로 갈음할 수 있느냐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미국 온라인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미국 켄터키주 지방법원의 토마스 윈게이트 판사는 성폭행 혐의 등으로 기소된 브랜든 프라이스(28)에게 지난 7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며 재입대를 집행유예 조건으로 달았다. 프라이스가 앞으로 한 달 이내에 입대하면 형 집행을 유예한다는 것이다. 윈게이트 판사는 “입대하지 않을 거라면 지역 교도소에 그 사실을 알려야 한다”며 “당신은 지금 뭔가를 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고 프라이스에게 말했다.
프라이스는 켄터키주 교정국 소속 교도관이었다. 그는 2019년 7월 지역 의료시설을 이용한 여성 수감자를 홀로 호송하던 중 “교정국 지인을 통해 당신을 가석방시켜 주겠다”고 꼬드겨 신체접촉을 요구했고, 이에 응하지 않은 피해자에게 성폭력을 가했다. 그는 수사과정에서 "바보 같은 실수를 저질렀다"고 시인했다.
프라이스는 판결을 받아들여 재입대 절차를 밟고 있다고 그의 변호사는 밝히면서 "프라이스의 군 복무 경력이 판사가 군 입대를 집행유예 조건으로 제시한 이유 가운데 하나"라고 꼽았다.
하지만 법원 결정에 따른 그의 입대 지원을 미군이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미군은 군대 내 성폭력을 방지하고 가해자 처벌에 고군분투해왔다. 미 육군 모병 지침에도 “민ㆍ형사 판결에서 입대를 암시하거나 강요받은 지원자는 부적격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해당 지원자는 이 규정의 ‘적용 예외(웨이버)’를 신청할 수 있지만, 이를 정당화할 수 있는 양형 사정을 충분히 입증해야 한다. 무엇보다 ‘적용 예외’를 받고 입대한 뒤 이라크에 파병돼 14세 이라크 소녀를 성폭행한 후 살해, 시신을 불태우는 등 엽기적 범행을 저지른 스티브 데일 그린의 전례가 소환되는 상황이어서 미군으로서는 프라이스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지 않다.
그럼에도 “판사나 국회의원이 징역을 병역으로 대체할 수 있다고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라고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지적했다. 실제 대릴 루슨 미국 플로리다주 상원의원이 비폭력 경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자는 수감되는 대신 입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지난달 주 의회에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