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와 한글을 정확하고 바르게 사용하려면 발음과 표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우리는 국어 공부를 시작한 유년 시절부터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 기준인, 한글 맞춤법 제1항 "한글 맞춤법은 표준어를 소리대로 적되, 어법에 맞도록 함을 원칙으로 한다"를 강조해도 질리지 않는다.
아이가 초등학생이던 시절, 학교에서 받아쓰기를 하고는 한 개를 틀려 왔는데 억울해하며 하소연을 한다. 선생님은 분명히 '깨끄치 씨서요'라고 불러 주셨기 때문에, 아이는 '깨끛이 씻어요'라고 썼는데, 왜 틀렸냐고 답답하다는 것이다. 선생님이 발음을 실수하신 것 같다고 애써 위로하며 다독인다.
한글맞춤법 제51항에서는 "부사의 끝음절이 분명히 '이'로만 나는 것은 '-이'로 적고, '히'로만 나거나 '이'나 '히'로 나는 것은 '-히'로 적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깨끗이'의 발음은 [깨끄시]인데 앞말의 받침은 뒷말이 모음으로 시작할 때, 그대로 옮겨 뒤 음절 첫소리로 발음하는 국어의 연음 법칙에 해당한다. 소리를 바르게 내되, 단어의 기본형을 정하여 적도록 하는 어법을 적용하는 한글맞춤법 제1항으로 귀결된다.
일부 언중들 중에서 [깨끄치]라고 발음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데, 구개음화 현상이 과잉 적용되었을 수도, 또는 표준 발음을 잘못 알고 있을 수도 있다. 1980년대에 즐겨 불렸던 '사랑은 연필로 쓰세요'라는 노래의 노랫말을 기억하는 세대라면 '사랑을 쓰다가 쓰다가 틀리면 지우개로 깨끗이 지워야 하니까'의 구절을 다시 들어 봐도 좋을 듯하다. 미처 깨닫지 못한 곳에서 흔한 발음 실수를 겪을 수 있으니 우리의 언어생활은 늘 조심스러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