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나면 바뀌는 ‘블로퀸’... 여자배구, 역대급 블로킹 경쟁

입력
2022.01.13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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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아ㆍ정대영ㆍ양효진ㆍ이다현에 옐레나까지 블로킹 경쟁중

V리그 여자부 블로킹 타이틀을 놓고 무려 5명이 역대급 경쟁을 펼치고 있다. 특히 1~4위까지는 소수점 둘째 자리까지 따져야 순위가 갈릴 정도로 촘촘한 기록 경쟁 중이다.

12일 경북 김천체육관에서 열린 2021~22 V리그 여자부 도로공사와 흥국생명의 경기에서 이주아(흥국생명)는 블로킹 득점만 4점을 올리며 단번에 블로킹 1위(세트당 0.763개)로 올라섰다. 이주아는 이날 경기 전까지 상대 코트에 있던 정대영(도로공사)에 이어 2위였지만, 정대영이 이날 경기에서 블로킹 1득점에 그친 틈을 타 선두 복귀에 성공했다.

이주아는 올 시즌 1라운드에서 세트당 블로킹 1.0개로 역대급 성적을 내다 2, 3라운드에서 부진하며 한때 7위권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4라운드에서 반전에 성공하며 결국 선두를 탈환한 것이다.

반면 사상 최초로 ‘40대 블로퀸’에 도전 중인 정대영은 이날 경기 전까지 세트당 0.787개로 1위를 달렸지만 하룻밤 사이에 2위로 떨어졌다. 정대영은 그러나 1~4라운드까지 세트당 0.750개 안팎의 블로킹을 기복 없이 꾸준하게 올리고 있어 여전히 강력한 1위 후보다.

11시즌이나 블로킹 타이틀을 거머쥔 ‘영원한 블로퀸' 양효진(현대건설)은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블로킹 1위였지만, 10여일 만에 3위로 추락했다. 최근 경기에서 유효블로킹과 블로킹 어시스트로 팀 기여도는 높지만 정작 개인 블로킹 득점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양효진과 함께 ‘현대 산성’의 한 축인 이다현(현대건설)은 1라운드를 7위(세트당 0.652개)로 시작했지만 이후 라운드를 거듭할수록 블로킹 감을 끌어올리고 있다. 특히 득점까지 이어지진 않았지만, 유효 블로킹과 블로킹 어시스트가 1라운드(유효 26개ㆍ어시스트 4개)부터 2라운드(30개ㆍ7개) 3라운드(42개ㆍ7개) 4라운드(4경기 32개ㆍ9개)까지 급상승하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현재는 4위지만 더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 갈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여기에 외국인 선수 옐레나(인사공사ㆍ0.671개)까지 경쟁에 가세했다. 미들블로커가 아닌 데도 정확한 타이밍으로 상대 공격을 차단하며 상당한 득점을 쌓았다. 다만 1라운드부터 꾸준히 선수 다툼을 벌이다 4라운드 들어 갑자기 블로킹 감각을 잃으며 선두 경쟁에서 다소 멀어진 점이 아쉽다.

이밖에 선두권과는 조금 차이가 있지만 배유나(도로공사ㆍ0.667개) 한수지(GS칼텍스ㆍ0.657개) 김수지(기업은행ㆍ0.613개)의 6~8위권 다툼도 치열하다. 이들도 수치만 보면 여타 시즌 최상위권과 견줄 만한 성적과 기량이어서 리그 후반부엔 언제든지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갈 수 있다.

이런 역대급 경쟁은 과거 블로킹 타이틀을 독식했던 ‘언니들’이 여전히 건재한 데다 올 시즌 차세대 젊은 센터들의 기량이 급성장하면서 빚어진 결과다.

V리그 역사를 훑어봐도 올 시즌 같이 치열한 여자부 블로킹 전쟁은 없었다. 지난 시즌 한송이(인삼공사ㆍ0.699개)와 정대영(0.697개)이 1ㆍ2위를 다퉜고, 2015~16시즌 양효진(0.741개)과 캣벨(당시 GS칼텍스ㆍ0.721개)이 경쟁했을 뿐 2009~10시즌 이후 11년 동안 사실상 양효진의 독무대였다. 2009년 이전엔 김세영(2008~09시즌)과 정대영(2007~08시즌) 등이 번갈아 블로킹 타이틀을 딴 적은 있지만 경쟁 구도는 아니었다. 보기 드문 춘추전국시대의 블로킹 여왕은 누가 될지 주목된다.

강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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