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복 혈당 높은 '당뇨병 전 단계'라도 비만ㆍ고혈압 등 대사 질환 위험

입력
2022.01.12 20:23

음식물 섭취 후 8시간 뒤에 측정한 공복 혈당 수치가 126㎎/dL 이상일 때 당뇨병으로 진단된다.

그런데 공복 혈당 수치가 당뇨병 기준에는 미치지 않는 당뇨병 전(前) 단계일지라도 고혈압ㆍ비만ㆍ이상지질혈증 등 각종 대사 질환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대한당뇨병학회가 내놓은 ‘당뇨병 팩트 시트 2020’에 따르면 30세 이상의 당뇨병 유병률은 494만 명(13.8%)이고, 당뇨병 전 단계도 948만 명(26.9%)이나 된다(2018년 기준).

김영식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ㆍ강서영 국제진료센터 교수 연구팀이 국민건강영양조사(2016~2018년)에 참여한 30세 이상 1만3,625명의 공복 혈당 수치와 대사 질환, 생활 습관 등을 분석한 결과다.

연구팀은 대상자를 공복 혈당 수치에 따라 △90㎎/dL 미만 △90~99㎎/dL △100~109㎎/dL △110~124㎎/dL △125㎎/dL 이상 등 네 집단으로 분류했다. 이들은 모두 당뇨병을 진단받지 않았다.

분석 결과, 공복 혈당 수치가 높을수록 비만 및 복부 비만 비율이 높아졌다. 남성은 공복 혈당이 90㎎/dL 미만인 집단에선 비만인 사람 비율이 27.2%였다. 90~99㎎/dL인 집단은 38.3%, 110~124㎎/dL인 집단은 55.2%였다.

여성도 공복 혈당 수치가 높을수록 비만이 늘어났다. 공복 혈당 90㎎/dL 미만인 집단은 비만 비율이 16.9%였다. 90~99㎎/dL인 집단은 26.8%, 110~124㎎/dL인 집단은 51.5%였다. 혈압, 중성지방, 콜레스테롤 지표도 공복 혈당 수치가 높아질수록 악화됐다. 과도한 음주가 혈당 관리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결과다.

다만 운동은 공복 혈당 증가와 별다른 관련이 없었다. 연구팀은 절주나 체중 감량을 하지 않고 운동만 하는 것은 혈당 관리에 크게 도움되지 않는다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김영식 교수는 “당뇨병이 아니더라도 공복 혈당이 90㎎/dL 이상이면 고혈압, 비만, 복부 비만, 이상지질혈증에 걸릴 위험이 높으므로 혈당을 관리해야 한다”며 “비만, 당뇨병 가족력이 있거나 이상지질혈증, 고혈압, 당뇨병 전(前) 단계에 해당하는 사람이라면 매년 혈당 검사를 받는 게 좋다”고 했다.

연구 결과는 당뇨병 분야 국제 학술지 ‘당뇨병 저널(Journal of Diabetes)’ 온라인판에 실렸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