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는 70대 할머니의 손편지로 들썩였다. MBC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을 보고 "오랜만에 무어라고 표현 못할 정도로 설렌다"며 작가에 감사의 편지를 띄운 사실이 알려져 화제다.
사극이긴 했지만 20~30대 배우들이 주연으로 출연한 로맨스 드라마를 보고 칠순을 넘긴 시청자가 방송사 홈페이지에 편지를 띄우기는 이례적. MBC 관계자 역시 매우 이례적으로 '옷소매' 할머니 시청자가 올린 게시판에 댓글을 달아 "정해리 작가에게 전달했다"고 답했다.
이 진풍경을 연출한 '옷소매' 시청자는 서울 송파구에 산다는 송영심(75)씨. 게시판에 올린 편지엔 "장면마다 마음이 동요됐다" "하루 종일 설레며 지낼 때도 있다"는 글이 담겼다. 송씨는 "주위에 있는 친구들이 20대로 돌아간 거 아니냐고 놀린다"고 했다. 너무 마음이 싱숭생숭해 이 드라마가 빨리 끝나기를 바라기도 했다는 게 이 은빛 시청자의 얘기다. 송씨의 흔들리는 필체엔 드라마의 로맨스로 인해 부푼 마음을 어쩔 줄 몰라하는 마음이 곳곳에서 느껴진다. 송씨는 '옷소매' 드라마 작가에게 "좋은 글 부탁한다"고 격려도 했다.
이 글이 누리꾼 사이에서 화제가 되자 MBC 관계자는 10일 댓글로 "정해리 작가가 손편지에 몹시 감동했고, 격려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전해달라고 하셨다"고 적었다.
'옷소매'는 역사 속 정조와 의빈 성씨의 애틋한 사랑을 소재로 하여 시청자에게 깊은 감동을 줬다. 1일 마지막 방송에서 17.4%의 시청률을 기록, 큰 사랑도 받았다. 두 번의 거절, 15년 만에 이뤄진 부부의 연 그러나 두 아이의 죽음, 너무 이른 사별. '옷소매' 남녀 주인공의 비극적 사랑은 올 초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온통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60대 이상 시청자도 예외는 아니었다.
앞서 7일 드라마 시청자 게시판엔 '내 나이 67인데'란 누리꾼이 '지금껏 이토록 가슴 절절하고 여운이 남아 오늘 이 시간까지 마음이 아린 드라마가 과연 있었는지 되돌아본다'고 쓴 글이 올라왔다. '옷소매'로 여태 살아온 삶을 돌이켜 봤고, 드라마 속 주인공들이 묻힌 서삼릉도 가볼 것이란 내용이었다.
이 사연을 본 '옷소매' 시청자들은 '나만 이상한 게 아니었다' 등의 글을 게시판에 올려 호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