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2일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에 연속 성공했다”고 밝혔다. 5일 올해 첫 발사 이후 엿새 만에 사거리를 1,000㎞까지 늘린 이번 테스트를 ‘최종 시험’으로 규정해 신무기 완성을 선언한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년 만에 무기시험 현장을 참관한 것만 봐도 실전 배치 단계에 도달했다는 평가다.
군 당국은 여전히 극초음속 가능성을 부인하지만, 한미의 감시체계에 ‘빨간불’이 들어온 건 분명하다. 평양에서 서울을 단 1분 만에 타격할 수 있는 극초음속 미사일은 속도뿐 아니라 변칙기동 특성 때문에 현재 방어망으론 요격이 불가능하다.
북한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11일 국방과학원에서 진행한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 발사에 참관했다”며 “미사일에서 분리된 극초음속 활공비행전투부(활공체)가 1,000㎞ 수역의 설정 표적을 명중했다”고 보도했다. 5일 첫 발사(700㎞) 때보다 비행거리가 훨씬 늘어난 셈이다. 북측은 최고 속도와 고도는 공개하지 않았다. 합동참모본부는 전날 엿새 사이 속도는 마하 6(시속 7,344㎞)에서 마하 10(시속 1만2,240㎞), 최대 고도는 50㎞에서 60㎞로 진전됐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이날도 발사체의 정체를 일반 탄도미사일로 규정한 남측을 겨냥해 극초음속을 입증하는 데 상당히 공들였다. 신문은 “발사된 미사일에서 분리된 극초음속 활공비행전투부가 거리 600㎞ 계선으로부터 활공 재도약하며 240㎞의 강한 선회기동을 수행했다”고 전했다. 선회기동은 탄두부가 지그재그로 날아가 움직임을 종잡을 수 없다는 뜻으로, 극초음속 미사일의 고유 특성이다. 극초음속은 고도 30~70㎞에서 활공체(HGV)가 발사체와 분리된 뒤 마하 5(시속 6,120㎞) 이상의 속도를 유지하며 변칙기동을 하는 게 핵심이다.
북한은 또 “극초음속 무기체계의 전반적인 기술적 특성들을 최종 확증하는 데 목적을 두고 진행됐다”고 밝혀 테스트가 완전히 끝났다는 점을 강조했다.
북한 발표가 맞다면 이번 미사일은 합참 분석보다 300㎞를 더 날았다. 우리는 부정하지만, 미사일이 저고도에서 변칙기동을 한 탓에 추가 사거리가 한미 군 당국의 레이더에 잡히지 않았다는 가설이 제기되는 이유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전문연구위원은 “700㎞를 비행한 뒤 레이더 탐지 고도 이하에서 더 비행한 것으로 보인다”며 “재진입, 유도 등 북한의 탄도미사일 기술이 총 집약돼 있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극초음속 미사일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관건은 최고 속도가 어느 구간에서 찍혔느냐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발사체 분리 후 활공 또는 하강 단계에서 마하 5 이상의 속도’를 유지해야 한다. 군이 ‘개량된 탄도미사일’에 무게를 두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강 단계에서 속도가 마하 5에 못 미쳤다는 것이다. 11일 쏘아 올린 미사일의 탄두부 형상도 군 당국이 극초음속으로 인정한 지난해 9월 최초 발사 당시의 ‘글라이더’ 형태가 아닌 5일과 동일한 ‘원뿔형’으로 확인됐다.
군 당국은 일각의 우려와 달리 이번 미사일을 중거리 지대공미사일(M-SAM)인 철매Ⅱ와 패트리엇(PAC-3) 등으로 충분히 방어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합참은 전날 “우리 군은 탐지 및 요격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래도 군사 전문가들은 탄도미사일 속도가 크게 증대된 것은 사실인 만큼 이제는 북한의 전략무기 능력을 인정하고 대응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한다. 마하 10의 최고 속도라면 1단 발사체 분리 후 속도가 줄었다고 해도 마하 5는 지속했을 확률이 높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합참이 후반 변칙기동 여부를 제대로 탐지ㆍ식별하지 못했을 수 있다”면서 “탐지가 안 되면 당연히 요격도 불가능하니 요격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