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설 연휴 이전 본격적으로 확산하기 시작해 향후 1, 2개월 동안 크게 유행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오미크론 감염 환자에게는 항체치료제도 잘 듣지 않기 때문에 3차 접종은 필수라는 점이 다시 한번 강조됐다.
코로나19 초기부터 진료와 연구를 해온 정부 자문기구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가 12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밝힌 내용이다. 오명돈(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 중앙임상위원장은 “오미크론 유행이 시작되면 환자 수가 2, 3일에 2배씩 늘 것”이라며 “의료 비상사태를 선포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코로나19 변이 중 오미크론의 검출률은 지난달 첫 주 0.3%에서 이달 첫 주 12.5%로 한달 만에 4배 이상 가파르게 상승했다. 임상위는 이 추세라면 오미크론 유행이 설 이전에 시작되고, 현재의 병실과 물품, 인력으로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응책은 의료 비상사태 선포여야 한다. 구체적으로 △격리병실 아닌 일반병실 치료 △비응급 의료 연기 △의료인 확충 △신속항원검사 도입 등의 내용이다. 또 의료진이 감염될 경우 격리 기간을 5일로 단축할 것도 제안했다. 병원의 정상운영을 위해서다. 그래도 환자가 계속 늘면 아예 위기상황임을 선포하고 학교 교실 같은 비(非)진료 공간에서도 환자를 보는 방안까지 강구해야 한다.
오 위원장은 “오미크론 때문에 비코로나 환자가 제대로 진료받지 못하는 피해가 훨씬 더 심각해질 수 있다”며 “엄격한 방역을 유연하게 바꾸고, 코로나 1차 진료를 동네 의원에서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진이 방호복으로 중무장하고 모든 환자를 음압 병실에 입원시키는 건 이제 과도하다는 것이다.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도 “성능 좋은 마스크와 페이스 쉴드(얼굴 가리개) 정도만 하고 대면 진료를 해야 하고, 지역사회 의료기관이 코로나 환자를 볼 수 있도록 충분한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상위는 오미크론 환자의 95%는 입원 치료가 필요하지 않을 만큼 증상이 약할 것으로 보고 있다. 폐렴으로 진행될 위험도 델타 변이보다 낮다. 하지만 환자가 급증하면 중환자와 사망자는 늘 수밖에 없다. 임상위는 그런 비상사태 기간이 최대 2개월일 것으로 예상했다. 이 2개월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관건이라는 얘기다.
또 중앙의료원 감염병임상연구센터가 3차 접종자 30명을 분석한 결과, 2차 접종 후 6개월이 지나면 오미크론에 대한 중화항체(바이러스를 무력화시키는 면역 단백질) 농도가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전재현 연구센터장은 “3차 접종 뒤 4주가 지나면 오미크론 항체가 이전보다 확연히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3차 접종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오 위원장은 “특히 60세 이상 고령층, 기저질환자는 3차 접종을 빨리 완료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쓰나미처럼 몰려올 오미크론에 감염돼 위험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해외유입 신규 확진자는 318명이다. 집계 이래 최다 수치다. 최근 해외유입 확진자의 88%가 오미크론 감염인 걸 감안하면 국내 오미크론 유행은 시간문제다.
이런 가운데 지난 5~9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22’에 참석한 뒤 입국한 약 70명이 코로나19에 확진됐다. 미국에선 오미크론이 이미 우세 변이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는 “해외입국 확진자 증가 추세, 오미크론 유입 가능성 확대에 따른 대책을 종합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