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주장한 시민단체 대표가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정확한 사망 경위를 수사하고 있다.
12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 양천경찰서는 전날 오후 8시 35분쯤 양천구 신월동의 한 모텔 3층 객실에서 '차별없는가정을위한시민연합' 대표 이모(55)씨의 시신을 발견했다. 이씨와 가까운 지인이 사나흘 연락이 두절되자 모텔 객실을 확인해달라는 신고를 했고, 모텔 직원이 시신을 최초 발견했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객실을 찾았던 모텔 종업원은 "인기척이 없어 비상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가자 침대에 누운 채 사망한 이씨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이씨 측근이 이날 한국일보에 제공한 이씨와의 카카오톡 대화방을 보면, 이씨는 7일 오후 6시 26분 메시지부터 읽지 않았다.
경찰은 13일 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인을 규명한다는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에선 타살 혐의점 등 특이사항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유족과 경찰은 현장에서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씨는 지난해 12월 10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생은 비록 망했지만, 아들과 딸의 결혼 볼 때까지 절대 극단적 선택을 할 생각이 없다"는 글을 남겼다.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았던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이 숨진 채 발견된 날이었다. 이씨를 비롯해 유 전 본부장과 김문기 성남도시공사 개발1처장까지 이재명 후보 관련 의혹으로 잇따라 3명이 사망하면서, 야권 일각에선 이씨의 사망 경위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유족 동의를 구해 언론 대응 창구 역할을 맡았다는 유튜브 '백브리핑' 채널 운영자인 백광현씨는 이날 빈소 앞에서 취재진에게 "평소 복용하던 약도 없었고 특별한 건강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백씨는 "고인은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공개한 공익제보자로, 이 과정에서 민주당과 이재명 후보 진영에서 다양한 압력을 지속적으로 받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씨는 이재명 후보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제보한 인물이다. 그는 이 후보가 경기지사 시절 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받을 때 검사 출신 이모 변호사가 수임료로 현금 3억 원과 20억 원 상당의 주식을 받았다는 내용이 담겼다는 녹취록을 '친문 단체'로 분류되는 깨어있는시민연대당 측에 건넸고, 이 단체가 지난해 10월 이 후보를 검찰에 고발했다.
이 후보 측은 이에 이씨 등을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맞고발하며 강경 대응했다. 이씨 측은 이를 두고 "공익 제보 취지로 녹취록을 건넨 이씨가 그때부터 압박감을 느꼈다"고 주장했지만, 이재명 후보는 "(녹취록이) 조작됐다는 증거도 있고 검찰에도 제출했다"며 관련 의혹을 일축했다. 양측이 고발한 사건은 현재 수원지검이 수사 중이다. 이씨는 지난해 11월 검찰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이날 오후 정치인들이 보낸 근조화환 등이 이씨의 빈소에 도착하자 "고인 죽음을 정치에 이용하지 말아라" "아직 부검도 안 했다" 등의 고성이 오갔다. 이 과정에서 정치인의 근조화환을 옆으로 치우려는 이씨 지인 측과 국민의힘 관계자 사이에서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는 근조기를, 김기현 원내대표는 근조화환을 빈소에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