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 예정자들 "부실 아파트 낙인에 피가 마른다"... 201동의 운명은?

입력
2022.01.1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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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만' 입주예정자들 단지 전체 철거, 재시공 요구
시공사 "현장 접근 어려워  재시공 여부 판단 곤란"
전문가 "정밀진단 결과 따라 철거 범위 결정될 듯"
현대산업개발 "안전진단 집중… 입장 밝히기 어려워"

오는 11월 말 입주를 목표로 공사 중에 붕괴한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아파트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정밀 진단 결과가 나온 뒤 결정될 문제지만, 현재로선 △외벽 붕괴가 일어난 201동 23~38층의 부분 철거와 재시공 △201동 전체 철거 후 재시공 가능성이 거론된다. 그러나 자재 품질에 하자가 확인될 경우, 단지 전체에 대한 조치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해당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은 단지 전체 철거 후 재시공을 요구하고 있다. 화정 아이파크 입주 예정자회는 12일 긴급회의를 열고 단지 전체 동에 대한 철거 및 재시공을 요구하기로 뜻을 모았다. 한 참석자는 “입주 예정자들이 불안해하고 있다”며 “붕괴 사고가 발생한 동뿐 아니라 전체 동에 대한 철거 후 재시공을 요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조만간 공식 문서를 꾸려 시공사와 시행사에 발송한다는 계획이다.

이들은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에 대해 분노를 터트리고 있다. 한 입주예정자는 “붕괴 사고가 발행한 201동도 아닌데 입주를 포기하겠다는 사람이 속출하고 있다”며 “높은 경쟁률을 뚫고 당첨됐고, 입주 날짜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데 지금 상황은 해도 해도 너무하다”고 말했다.

김승봉(54)씨는 “중도금 이자를 내면서 버텨 왔는데 부실 아파트라는 낙인이 찍혀 피가 마르는 심정"이라며 격분했다. 또 다른 입주예정자는 “이렇게 어처구니 없이 무너진 경우는 없었다”며 “입주자들이 부실 공사를 원인으로 꼽고 있어 전면 철거와 분양대금 전액 반환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현대산업개발 측은 이에 대해 “사고 원인 규명과 안전진단 절차를 밟고 있다”며 “현장 접근이 어려워 현재로선 재시공 여부를 밝히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현재로선 '201동 부분철거-재시공' 및 '동 전면 철거-재시공' 가능성이 모두 열려 있다고 보고, 정밀진단 결과에 따라 입주자들의 운명이 갈릴 것으로 내다봤다. 단지 전체에 대한 전수 검사 필요성도 제기했다.

조창근 조선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콘크리트 구조물 특성상 한번 붕괴가 일어나면 다른 부분도 점진적으로 변형이나 균열이 일어날 수 있다”며 “때문에 정밀진단 결과에 따라 대응 방법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그러나 “10개 층 이상의 주요 구조 부재(슬래브 등)가 손상을 입은 만큼 '전면철거-재시공'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김옥규 충북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정밀진단 결과 ‘일부 층에 국한된 안전 문제’로 나온다면 붕괴가 일어난 층만 철거하고 이미 지어진 아래층까지는 굳이 다 허물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건설업계에선 현대산업개발이 입주 예정자들의 불안을 잠재우고 브랜드 이미지 추락을 막기 위해서라도 단지 전체 철거를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수분양자들은 입주가 예정보다 6개월 이상 늦춰지면 계약 해지 권리를 갖게 된다”며 “불안해하는 입주예정자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단지 전면 철거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광주= 나주예 기자
최다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