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픽] "올해 증시는 오징어게임... 확신 대신 유연한 대응이 살길"

입력
2022.01.12 16:00
24면
이재명 "코스피 5000" 외쳤지만
금리 인상 충격 커 수익 작고 위험
부자, 주식보다 부동산 세금 관심
장기 투자는 저가 분할 매수 기회

편집자주

모든 문제의 답은 현장에 있습니다. 박일근 논설위원이 살아 숨쉬는 우리 경제의 산업 현장과 부동산 시장을 직접 찾아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코스피 5,000, 어려운 게 아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 연말 증시 전문 유튜브 채널 ‘삼프로TV’에 나와 한 얘기다. 작전주를 비롯, 자신의 생생한 주식 투자 경험담을 바탕으로 고수의 면모를 보여준 이 후보는 개인투자자(개미)에게 불리한 시장 불투명성 등을 비판하며 공감을 얻었다. 조회수는 열흘 만에 600만 회, ‘좋아요’도 35만을 기록했다. 반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조회수는 300만 회에 그쳤고, ‘좋아요’도 5만에 못 미쳤다. 주식 투자를 해 본 적 없다는 윤 후보의 인터뷰는 주식 방송 구독자를 감흥시키기엔 부족했다. 영상이 공개된 때를 전후로 공교롭게 이 후보의 지지율이 윤 후보를 추월하며 1,000만 명의 개미들이 선거 판세를 바꿨다는 주장도 나왔다.

역대 대선에서 후보들은 늘 개인투자자의 마음을 잡기 위해 장밋빛 증시를 외쳤다. 두 후보가 3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개장식에 나란히 참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주가는 권력도 마음대로 할 수 없다. 새해가 되면 애널리스트나 펀드매니저 등 증시 전문가 의견을 토대로 유망주를 대문짝만 하게 추천하는 기사들도 쏟아진다. 누구나 금방 부자가 될 것 같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대세 상승장에서도 마이너스 수익률에 속앓이만 하는 이가 더 많다. 이 후보가 얘기한 대로 ‘코스피 5,000’은 정말 가능할까. 과연 올해 주식을 하는 게 맞나. 어떻게 해야 소중한 자산을 지키고 키울 수 있을까. 증시 환경을 점검하고 증권사 리서치센터와 펀드매니저, 외국인, 금융부자 등 시장 안팎 매매 주체들의 투자 전략들을 들어봤다.


금리 인상 증시 충격 불가피

올해 투자에서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점은 금리 인상이다. 코로나19 이후 풀린 막대한 돈이 자산 거품 등 부작용을 일으키고 물가 상승 등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자 미국은 돈줄을 죌 준비를 하고 있다. 실제로 2년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보유자산은 4조 달러에서 8조7,600억 달러로 늘었다. 한화로 치면 5,000조 원 가까운 유동성이 시중에 공급된 셈이다. 이젠 이를 걷어들일 때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11일(현지시간) “지금은 비상 조치에서 벗어나 좀 더 정상적인 수준으로 움직일 때"라며 "더 높은 인플레이션이 고착화하는 것을 막기 위한 수단을 사용할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금리 인상뿐 아니라 양적 긴축도 시간 문제다. 시장에선 금리가 3월부터 시작, 올해 안에 4차례까지 인상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유동성이 줄어들면 증시는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2008년 금융위기부터 13년간 이어진 글로벌 유동성 잔치가 끝날 경우 자산 시장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전개될 수도 있다. 지금은 욕심을 부릴 때가 아니라 불확실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얘기다. 전통적으로도 금리가 오를 때 주식은 매력이 떨어지는 투자 상품이다. 금리가 높다면 굳이 변동성이 큰 주식 시장을 기웃거릴 이유가 없다. 연초 글로벌 증시가 크게 출렁인 것도 이런 배경이다. 일단 비는 피하는 게 상책이다. 더구나 글로벌 증시를 선도해 온 미국에서 유동성을 흡수하기 시작하면 신흥 시장에 투자했던 외국인 자금은 한순간 썰물처럼 빠져나갈 수도 있다. 한국과 아시아 증시의 타격이 더 클 수밖에 없다.


대형 우량주 분할 저가 매수 기회

그러나 주식 전문가들은 오히려 금리 인상 충격으로 증시가 하락하는 때일수록 장기 투자자는 대형 우량주를 저가에 분할 매수하는 기회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중원 현대차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건 그만큼 경기가 좋아지고 있다는 뜻”이라며 “2004년과 2015년 이후 금리 인상기에도 증시는 상승했다”고 강조했다. 김 팀장은 “지난해 하반기 코스피가 발목을 잡힌 건 원자재를 수입한 뒤 제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한국 기업들이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병목의 타격이 컸기 때문”이라며 “올해는 이런 상황이 점차 완화할 것으로 보여 코스피 3,500도 가능해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는 외국인의 움직임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김 팀장은 “지난 2년간 한국 증시에서 50조 원어치를 판 외국인이 최근 매수세로 돌아서고 있다”며 “반도체 업종의 이익 전망치가 개선되자 비어있는 바구니를 채우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가상화폐 등 다른 투자 상품에 대해서는 “단순 수익률만 볼 게 아니라 위험 대비 수익률을 따져봐야 한다”며 “변동성을 감안하면 주식이 더 매력적”이라고 단언했다. 김 팀장은 한국 증시에선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대형 우량주, 미국 증시에선 혁신 기업들을 주목할 것을 추천했다.


직접 투자보다 ETF 고려할 만

실제 투자 자금을 운용하는 펀드매니저도 아직은 증시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는 입장이다. 20년간 꾸준한 성과로 주목받은 신진호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대표는 “공급망은 속도의 문제일 뿐 결국 해소될 것이고 통화 공급도 일단 가속페달에서 발은 뗀 만큼 인플레이션이 더 기승을 부리긴 어려울 것”이라며 “당장 안전 자산으로 본격적인 자금 이동이 일어나진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올해 주목해야 할 업종과 테마로 그린(수소 경제, 전기차 장비주, 친환경 기계나 선박)과 코로나19로 가속화한 디지털 전환, 공급망 조정(반도체) 등을 꼽았다.

특정 종목에 직접 투자하는 게 어렵고, 수수료를 빼면 수익률이 낮은 펀드에 돈을 넣는 것도 꺼려진다면 상장지수펀드(Exchange Trade Fund) 투자가 대안이 될 수 있다. 예전에는 코스피200 등 시장 대표 지수들을 중심으로 한 레버리지 ETF나 인버스 ETF가 많았지만 지난해부터는 전기차나 배터리 등 특정 섹터나 테마로 구성한 ETF가 큰 인기다. 중국 전기차와 배터리 기업에 집중 투자한 한 ETF는 지난해 50%도 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신 대표는 “ETF는 시장의 주류가 될 만한 섹터를 본인이 직접 선택할 수 있고 적은 수수료로 실시간 사고 파는 게 가능해 편리하고 빠르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개인투자자의 ETF 순매수 규모는 전년보다 4조 원 넘게 늘어난 10조 원에 육박했다.


”나를 살릴 방법은 유연성뿐”

그러나 신 대표는 연초 증시가 흔들린 걸 상기시킨 뒤 “어려울 땐 절대 확신하지 말고 유연하게 대응하는 게 중요하다"며 "올해는 그냥 오징어게임이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를 살릴 방법은 유연성밖에 없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며 ”’이길 수 있다’는 펀드매니저를 믿지 말라는 월가의 격언처럼 자신감이 있을 때를 가장 경계하라”고도 조언했다.


외국인 “한국 주식 살 이유 적다”

외국인의 움직임도 궁금하다. 한 외국계 증권사의 임원은 “외국인의 가장 큰 관심은 사실 미국 시장”이라며 “정보기술(IT) 바이오 전자상거래 등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 기업들의 실적이 워낙 탄탄하다”고 말했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이 가장 추천되는 종목이다. 그는 이어 “한국도 삼성전자, LG에너지솔루션, 현대차, SK 등 기술력을 가진 기업들이 많지만 사실 한국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은 아니지 않느냐”며 “고용 시장 경직성이 심하고 국민 정서에 어긋나면 멀쩡한 기업도 하루 아침에 위기를 맞는 데다 관료주의와 관치금융의 폐해도 커 외국인 입장에선 투자 매력이 떨어진다”고 꼬집었다. 이로 인해 상승할 땐 미국 시장만큼 오르지 못하고 빠질 땐 미국보다 더 떨어지니 한국 주식을 살 이유가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증시를 뺀 투자 상품 중에서도 여유가 있다면 자산의 일부는 미 달러로 보유할 것을 추천했다. 금과 해외 우량 채권 등도 괜찮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투명성이 부족한 일부 신흥국엔 절대 투자해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부자들 관심은 주식 아닌 부동산 세금

올해 금융부자들은 어떻게 투자할까. 정성진 KB국민은행 양재PB센터 PB는 “사실 지금 자산가들의 가장 큰 관심은 부동산 관련 세금”이라며 “다주택자는 집을 팔려 해도 양도소득세가 너무 많고(최고 82.5%) 증여를 하려 해도 증여(50%)세에 취득세(최고 13.4%)까지 내야 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대선 후 세제 변화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와 꼬마빌딩 등에 투자하는 게 부자들의 동태이다.

정 PB는 자산가들의 주식 투자에 대해선 “대부분 예금 등에 넣어두는 경우가 더 많고, 주식에 투자하는 경우는 20~30% 정도밖에 안 된다”며 “공격적인 자산가에겐 자율주행과 메타버스 등 미래를 끌어갈 산업과 기업이 많은 미 증시를 추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월급쟁이들의 재테크에 대해선 “매월 100만 원의 여윳돈을 가정하면 80만 원은 미국 S&P500 인덱스와 나스닥100 등 지수를 따라가는 상품을 권하겠다”며 “다만 한꺼번에 사지 말고 연간 10회 정도 나눠 사라”고 주문했다.

“먹을 건 적고 위험은 크다”

올해 주식 투자는 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올해는 좁은 박스권에서 들락날락하며 투자자들이 갈피를 잡기 어려운 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증시를 비관적으로 보는 건 기업 실적이 지난해보다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는 “상장기업 기준 지난해는 분기당 영업이익이 60조 원 안팎이었다면 올해는 40조 원 후반대에 그칠 것”이라며 “이미 경기 정점을 지나 내려오고 있는 과정에 있는 만큼 주식 투자는 보수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또 정책이 점점 정상화하면서 확장 재정 효과도 작년만큼 기대할 수 없고, 미중 무역 분쟁이 갈수록 격화하는 것도 리스크로 꼽았다. 정 이코노미스트는 “올해는 별로 먹을 건 없는데 리스크는 큰 시장”이라며 “조심하고 자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변동성이 높은 증시 대신 채권과 달러 자산 쪽에 방점을 둔 ETF 투자를 권했다.

시장 불투명성 여전, 하락장 대비도

자본시장에 대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들이 이어지고 있는 것도 심상찮다. 오스템임플란트 재무담당자가 연간 영업이익의 2배도 넘는 2,000억 원대의 회사 자금을 빼돌린 건 납득이 안 되는 일이다. 증시에서 가장 중요한 회계 감시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다면 믿고 투자할 기준이 사라진다. 한국거래소는 물론 금융정보분석원과 금감원도 있으나마나였다. 카카오페이 임원진 8명이 상장 한 달여 만에, 그것도 코스피200 지수 편입 호재로 주가가 고점일 때 한꺼번에 주식을 내다 판 것도 먹튀 논란으로 개미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한국 증시에 대한 투명성과 신뢰도가 여전히 낮다는 걸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시는 오를 수도 있지만 내릴 수도 있고 산이 높으면 골도 깊은 법”이라며 “지난 2년간 새로 주식 시장에 뛰어든 개인투자자 대부분이 하락장에 대한 경험과 두려움이 없다는 게 가장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변 모두가 주식 투자를 해 더 이상 새로 주식을 살 사람이 없을 때 시장은 추락하곤 했다는 걸 떠올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일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