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절하한 남측 보란 듯… 北, 이번엔 진짜 '극초음속 미사일' 쐈나

입력
2022.01.11 21:00
1면
북한, 엿새 만에 또 탄도미사일 발사

북한이 11일 ‘극초음속 미사일’ 성공 발표를 평가절하한 남측에 보란 듯, 성능이 한껏 업그레이드된 탄도미사일을 쏘아 올렸다. 우리 군 당국이 5일 올 들어 첫 시험발사한 북한 탄도미사일을 “극초음속 미사일로 볼 수 없다”고 의미를 깎아내리자 엿새 만에 다시 행동으로 응수한 것이다.

북한은 이날 시험발사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관련 논의 직후 감행해 국제사회의 제재에 관계없이 ‘마이웨이’를 걷겠다는 의지 역시 거듭 내비쳤다. 정부도 연이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강한 유감”을 표하는 등 대응 강도를 끌어올렸다.

'마하 6 →마하 10'... 6일 만에 급진전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전 7시 27분쯤 북한이 자강도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한 발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합참은 발사체의 비행거리를 700㎞ 이상, 최고 속도는 마하 10(시속 1만2,240㎞) 내외, 최대 고도는 약 60㎞로 추정하면서 “첫 탄도미사일보다 진전됐다”고 평가했다. 실제 5일 발사된 미사일의 최고 속도가 마하 6(시속 7,344㎞), 최대 고도가 50㎞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기술적 발전이다. 군 당국은 당시 사거리가 북한 주장(700㎞)에 못 미쳤다고 설명하는 등 발표 내용을 대부분 부인했다.

관건은 대기권에서 마하 10의 속도를 냈는지 여부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탄도미사일 탄두부에 ‘극초음속 활공체(HGV)’를 장착해 30~70㎞ 고도에서 추진체와 분리된 뒤 극초음속을 의미하는 마하 5(시속 6,120㎞) 이상의 속도를 유지해야 한다. 군이 첫 탄도미사일을 극초음속으로 판단하지 않은 결정적 근거도 최고 속도(마하 6)가 대기권 재진입 후 지속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합참 관계자는 “최고 속도를 어느 구간에서 유지했는지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며 극초음속 미사일 가능성을 열어놨다.

군 당국 역시 “극초음속은 아니다”라고 단정하지 않았다. 발사 장소가 5일과 지난해 9월 북한의 첫 번째 극초음속 미사일 ‘화성-8형’을 시험발사한 자강도 일대라는 이유에서다. 극초음속이 맞다면 화성-8형의 성능 개량에 나섰을 확률이 높다. 통상 북한이 미사일을 쏜 다음 날 제원을 공개하던 합참이 이날 발사 7시간 만에 사거리 등을 신속하게 밝힌 것도 극초음속을 염두에 둔 조치로 해석된다.

물론 이번에도 HGV가 아닌 ‘기동식 재진입체’(MARV)를 탑재한 일반 탄도미사일일 가능성이 있다. 북한이 과거에 주로 개발했던 노동미사일도 마하 9~10, 무수단 미사일은 마하 14 이상의 속도를 찍었다.

일주일도 안 돼 왜 또 쐈나

북한의 추가 발사는 남측 평가에 대한 반박과 함께 줄곧 강조해온 ‘국방발전 5개년 계획’에 따라 진행한 일상적 군사훈련이라는 점을 계속 부각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자위력 확보를 위한 정상적 무기개발 과정인 만큼 이중기준과 적대시 정책을 폐기해야 한다는 논리다.

발사 2시간 30분 전 비공개 회의를 소집한 미국, 영국, 일본 등 안보리 6개 회원국에 보내는 경고 메시지도 담겨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올해 첫 탄도미사일의 성능이 과장됐다는 남측 평가에 격분한 북한 지도부가 발사 일정을 앞당겼을 수 있다”고 말했다.

대응 달라진 정부... 文 대통령 "연속 발사 우려"

일주일도 안 돼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또 발사하자 정부의 대응 수위도 달라졌다. 문재인 대통령부터 “대선을 앞둔 시기에 북한이 미사일을 연속 시험발사해 우려된다”고 말했다.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강한 유감이란 표현을 썼고, 합참 역시 “북한의 연이은 탄도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보리 결의를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며 이례적 공지를 냈다. 5일 시험발사 때는 ‘도발’ ‘규탄’은커녕 유감도 표하지 않았다.

정부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이날 성김 미국 대북특별대표 및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ㆍ대양주국장과 각각 유선 협의를 갖고 대책을 숙의했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무력으로 존재감을 자주 과시하는 건 거꾸로 대화 불씨가 여전히 살아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정승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