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애 "K택소노미 원전 포함 연내 논의... EU수준의 조건 달 것"

입력
2022.01.1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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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도 방사성 폐기물 처분 계획, 자금, 부지 요구
"EU가 내건 조건, 우리가 더 완화하긴 어려울 것"

'EU 녹색분류체계(Taxonomy·택소노미)'에 원전이 포함되면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에도 원전을 넣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한정애 환경부 장관이 "연내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 장관은 11일 기자간담회에서 "EU 내에서도 원전을 두고 회원국 간 갈등이 있다"며 "상반기 중에 EU 최종안이 확정되면 그때 우리도 이를 토대로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원전 포함되면 EU 수준의 조건 달아야"

하지만 K택소노미에 원전을 포함시킨다 해서 즉각적 허용은 아니다. 앞서 EU 또한 원전을 녹색으로 분류한 EU택소노미를 공개하면서 '방사성 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분할 계획, 자금, 부지가 있는 경우'를 조건으로 달았다. 또 신규 원전에 대해 '2045년 전에 건축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해뒀다. 반면, 지난해 12월 공개된 K택소노미에는 원전이 빠졌다. EU 상황을 보고 재논의할 수 있다는 부연설명을 달았다.

한 장관은 재논의 결과 K택소노미에 원전을 포함시킬 경우, EU만큼 강력한 조건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가 EU보다 조건을 유연하게 하지는 못할 것"이라며 "국내에는 아직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처분할 장소를 찾지 못하고 있는 만큼 EU와 같은 조건을 달았을 때 (녹색투자가) 가능할지에 대해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원전, K택소노미 포함되지 않아도 투자 가능"

원전이 K택소노미에서 빠져 원천 수출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오해"라고 선을 그었다. 한 장관은 "택소노미는 녹색채권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하거나, 프로젝트 파이낸싱 때 금리를 싸게 해주는 방식"이라며 "택소노미에서 빠졌다고 파이낸싱 자체가 불가능한 건 아니다"고 말했다.

한 장관은 원전 못지않게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020년 기준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은 6.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31.6%에 한참 못 미친다. 한 장관은 "우리 주변국만 해도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이 최소 20%에서 40%까지 오르고 있다"며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을 최소한 다른 나라와 비슷한 수준까지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 3차 공모, 선거 이후 하겠다"

최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인천 쓰레기 매립지를 옮기겠다"고 공약한 것에 대해선 "정치의 계절이라 이런저런 얘기가 나올 수 있다"면서도 "선거가 끝나는 시점에 다시 매립지 공모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는 법정 지원금 외에 2,500억 원을 더 주겠다고 했음에도 1, 2차 공모에 실패했다. 두 차례 모두 지원한 지방자치단체가 전무했다. 한 장관은 "조건이 좋아도 선거 앞두고 표심 때문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선거가 끝나면 장기적 안목으로 3차 공고를 띄우겠다"고 말했다.

한편 환경부는 올해 층간소음 범위를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층간소음은 주간 기준 43dB 이상인데, 앞으로는 성가심 정도를 반영해 기준을 낮추기로 했다. 이 경우 서로 좀 더 조심하게 될 것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무공해차만 이용가능하도록 한 '내연차 프리존'은 올 한 해 운영방안을 마련한 뒤 2023년부터 2년간 시범사업을 진행한다. 제주도나 국립공원 등 지역상징성이 크고 홍보 효과가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김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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