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당했다' 300명 넘는 통신조회에 비판 확산...공수처는 뒤늦은 수습

입력
2022.01.12 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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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11일 검사회의 열고 의견수렴·개선책 모색
민변·참여연대 등 제도 개선 촉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다수의 언론인과 정치인 등에 대한 통신자료를 조회하면서 불거진 이른바 ‘통신 사찰’ 논란이 사그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나도 당했다’는 증언이 속속 등장하는 가운데, 정치권과 법조계는 물론 시민사회단체까지 나서 이 같은 공수처의 무분별한 정보 수집 행위에 비판을 가하고 있다. 공수처는 11일 비공개 전체 검사회의를 열고 통신조회 논란에 대한 의견수렴과 개선책 모색의 자리를 가졌다.

공수처, 비공개 회의로 논란 개선책 논의했지만...

공수처는 이날 오후 2시부터 3시간 40분 가량 김진욱 처장, 여운국 차장을 비롯한 소속 검사 23명 중 20명이 참석하는 비공개 검사회의를 열었다. 당초 회의는 7일로 예정돼 있었지만 직원 한 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으면서 이날로 연기가 됐다.

공수처는 이날 회의를 '출범 이후 1년을 돌아보고 향후 과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로 설명했지만, 통신자료 조회 논란도 주요 안건 중 하나로 다뤄졌다. 참석 검사들은 그간 제기됐던 공수처의 통신 수사 방식의 ‘적법성’과 ‘적절성’을 판단하고, 향후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지에 대한 의견을 각자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그 동안 논란에 대해 “적법한 수사 절차로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공수처를 비롯한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은 재판·수사 등 목적으로 전기통신사업자(이동통신사)에게 서비스 이용자의 정보를 요구할 수 있다는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제3항에 따른 절차였다는 얘기다.

공수처 무더기 통신자료 조회, 정치권 이어 법조계, 시민단체도 문제제기

공수처의 이 같은 입장과 달리 논란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논란 초기에는 자료조회 대상이 주로 언론인으로 국한이 됐지만, 시간이 갈 수록 ‘야당 의원과 보좌관 등 정치권 인사’ ‘조사대상 언론인과 검찰 관계자의 가족’ ‘대선후보 팬클럽 회원’ 등으로까지 확산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급기야는 11일 일부 언론을 통해 공수처가 자신들이 위촉한 수사심의위원과 인사ㆍ자문위원 일부의 통신자료까지 조회했다는 사실까지 드러났다. 정확한 집계가 나온 건 아니지만 공수처로부터 통신자료를 조회 당한 사람의 수는 현재까지 족히 300명은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정치권과 법조계, 시민단체에서는 공수처를 향한 우려와 비판의 강도를 점차 높여가고 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공수처 사찰 논란으로 본 통신자료수집 문제와 해결방안’ 좌담회를 열었다. 통신자료 제공 근거가 되는 전기통신사업법 제공 요건을 강화하고 자료 제공 적법성을 심사하는 등 제도 개선 마련을 촉구하고 나선 자리로 이날 참석자들은 “통제수단이 필요하다”는 데 입을 모았다. 장여경 정보인권연구소 상임이사는 “수사기관에서는 수사를 위해 꼭 필요한 정보였다고 하지만, 정말 필요한 자료 제공이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공수처 상대 법적 대응 움직임까지

공수처를 상대로 법적 대응에 들어간 이들도 있다. 한국형사소송법학회(형소법학회) 인권이사인 김정철 변호사가 오는 28일 공수처의 부당함을 청구하는 헌법 소원을 내기로 하고 참여자 모집에 나선 가운데, 지난해 공수처에 통신자료 조회를 당한 김경율 회계사, 정웅석 형소법학회장,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을 지낸 양홍석 변호사 등이 참여자로서 이름을 올렸다.

김 변호사는 “인권친화적 수사기구를 자임한 공수처가 무분별한 통신조회를 하는 것을 보고 (법적 근거 조항인)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제3항과 제4항의 위헌성을 밝히기로 했다”며 “헌법소원 제기 후 위헌적 규정을 남용한 공수처의 불법행위에 대해 국가배상 청구도 할 예정”이라고 했다.



김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