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얼씨구' '좋다' 이런 반응을 하는 관객에게 익숙해요. 그래서 하나하나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으로 숨죽여 집중하는 뮤지컬 관객들의 눈망울에 긴장을 더 많이 하게 돼요."
'국악계 아이돌'로 불리는 국립창극단의 김준수(31)가 한국일보와 만나 첫 뮤지컬 도전기를 풀어놓았다. 그는 "이지나 연출님의 출연 제의를 덥석 물었다"고 표현했다. "창극처럼 뮤지컬도 하나의 종합 예술이라 한 번은 도전해보고 싶었는데, 소리꾼으로 (기회를 잡기가) 쉽지 않았다"며 망설임 없이 출연을 결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렇게 인연을 맺은 그의 첫 뮤지컬은 '곤 투모로우'다. 근대적 개혁운동인 갑신정변을 일으켰으나 3일 만에 실패하고 암살당한 김옥균을 모티브로 삼은 창작 뮤지컬로, 2016년 초연 이후 약 5년 만인 지난달 4일 재연을 시작했다.
창극 무대에 처음 올랐을 때처럼 긴장한다는 그의 말이 무색하게, 고종 역으로 무대에 오른 김준수는 자연스러웠다. 노래 중간중간 불쑥 튀어나오는 국악적 소리는 어색하기보다는 오히려 고종이란 역할과 맞아떨어졌다. '사극 베테랑' 배우가 퓨전 사극에도 잘 녹아드는 것처럼. 그는 "음악감독님도 소리꾼으로서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보라고 응원해주셨다"며 소리꾼의 매력이 가미된 고종 탄생 비화를 밝혔다. 특히 국악적 선율이 잘 묻어난 고종의 솔로 넘버 '월광'을 부를 때면 시김새도 넣고 소리꾼으로서 한의 정서를 더 표현하려고 애를 썼다.
홀로 고종의 슬픔을 표현하는 장면에서는 국악을 하면서 몸에 밴 한국적 몸짓도 충분히 살렸다. 그는 "정해진 안무가 없어서 무대마다 감정선에 따라 움직이는데 연출님도 더 많은 한국적 춤선을 요구하셨다"고 전했다. 물론 동료 배우들과 함께 서는 장면에서는 조화에 더 집중했다. 그는 "극중 김옥균과 함께 노래할 때는 (국악의 느낌을 빼고) 같이 갈 수 있는 느낌으로 노래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는 김준수에게 '도전하는 해'였다. 뮤지컬 외에도 국악 크로스오버 경연 방송 프로그램인 JTBC의 '풍류대장-힙한 소리꾼들의 전쟁' 출연을 통해 일반 대중에게 얼굴을 알렸다. 준우승을 차지해 전국 투어 콘서트도 진행 중이다. 가까운 국악계 선후배들과의 경쟁이 부담스러웠지만, 지나고 나니 다양한 국악의 매력이 큰 관심을 받은 보람찬 도전이 됐다. 그는 매회마다 춘향가, 적벽가, 수궁가 등 판소리 대목을 꼭 넣어서 무대를 만들었다. "판소리가 고루한 것이 아니라 우리 시대에 같이 공감할 수 있는 것임을 보여주고 싶다"는 이유에서다.
젊은 소리꾼으로 꿈도 많지만 '정통 소리꾼'이 그 중심에 있다. '뿌리 깊고 탄탄한, 오래 갈 수 있는 소리꾼이 되고 싶다'는 게 가장 큰 바람이다. 이날 인터뷰 전에도 창극 연습을 했다. 다음 달 27일 막을 내리는 '곤 투모로우'가 마무리되면, 바로 3월에 창극 '리어'로 본업에 복귀한다.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을 우리의 소리로 재해석한 국립창극단의 작품이다. "창극에 이몽룡, 토끼만 있는 게 아니에요. 다양한 시도가 있고 늘 새롭죠. 판소리도 마찬가지예요. 아직도 해야 할 것이 많고, 끊임없이 풀어가야 할 과제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