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반기 본격화한 '대출절벽' 사태로 서민들의 '돈 구하기' 상황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지만, 은행들은 역대급 실적을 바탕으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있다.
은행들이 대출 금리를 과도하게 그것도 너무 빨리 올려, 이자 수익 챙기기에만 집중했다는 비판도 나와, 은행권 성과급 잔치를 바라보는 서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은 상황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을 마지막으로 주요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은행)의 올해 성과급이 ‘월 기본급의 300%'로 확정됐다. 지난해 최대 성과급이 200%수준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은행원들은 2년 연속 두둑한 성과급을 챙기는 셈이다.
여기에 KB국민은행을 제외한 신한·하나·우리은행은 100만 원 상당의 복지포인트를 추가로 지급하기로 했다. 소급 적용되는 지난해 임금 인상률도 2.4%로 결정됐다.
각종 직원 복지 제도 등도 새로 도입됐다. KB국민은행은 리프레싱 휴직제도를 주요 시중은행 중 최초로 도입했다. 10년 이상 장기 근속자에 한해 별다른 심사·승인 과정 없이 최대 1년의 재충전 기회를 주기로 했다.
‘300% 성과급’은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에서 비롯됐다. 아직 4분기 실적이 나오지 않았지만, 3분기까지 주요 시중은행의 누적 순이익은 8조2,630억 원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6조4,600억 원)과 비교하면 27.8% 늘어난 수치다. 특히 우리은행의 경우에는 지난해 대비 70.9% 늘어난 1조9,860억 원을 기록했다. 4분기 가계대출 수요가 지속된 점을 고려하면 올해 은행권 순이익은 역대 최대치에 이를 전망이다.
그러나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은행권을 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은행권 대출 절벽 사태로 서민들의 자금줄은 꽉 막힌 상황에서, 은행들은 오히려 이 사태를 수익성을 개선시키는 기회로 활용했기 때문이다.
정부의 대출 규제 정책 때문이긴 했지만, 은행권이 대출 금리를 너무 빠르게 과도하게 올려 '이자 잔치'를 벌였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11월 기준 은행권 예대금리차(잔액 기준)는 2.19%포인트였는데, 이는 2년 3개월 만의 최고 수준이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시중은행들은 지난해 초부터 우대금리 등을 축소해 실질 금리를 높였고 금융당국은 이를 계속 방관했다”며 “코로나19로 서민들이 고통받는 가운데 성과급 잔치는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