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사람들은 조문하고, 권력자의 빈소는 멀리했다.’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은 이들의 죽음을 대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조문(弔問) 방식은 이같이 요약된다. 문 대통령은 국가를 위해 헌신하다 사망한 공무원, 사회 변화를 위해 애쓴 사회운동가의 빈소는 적극적으로 찾아간 반면, 경제인과 정치인의 빈소는 철저히 피하는 원칙을 임기 내내 지켰다.
문 대통령은 8일 경기 평택 냉동창고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이형석(50), 박수동(31), 조우찬(25) 소방관의 합동 영결식을 찾아 고인들의 희생 정신을 기렸다.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으로서 조문한다’는 의미에서 의전을 받지 않았다. 추도사도 하지 않은 채 조용히 슬픔을 나눴다.
문 대통령은 소방대원 동료들의 추도사를 들으며 흐르는 눈물을 말없이 닦았다. 헌화와 분향을 마친 뒤에는 유족들을 위로했다. 영결식 시작부터 끝까지, 약 2시간 동안 자리를 지켰다.
문 대통령은 순직한 공무원들의 죽음에 자주 슬픔을 표현했다. 지난해 6월에는 성추행 피해로 사망한 공군 부사관 이예람씨의 추모소를 찾아 “국가가 지켜주지 못해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2019년 12월에는 독도 인근 동해상에서 응급환자 이송 중 소방헬기 추락으로 순직한 김종필·서정용·이종후·배혁·박단비 소방항공대원의 합동영결식에서 추도사를 낭독했다.
사회운동가와 종교인의 빈소도 자주 찾았다. 문 대통령은 9일 광주 조선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이자 인권운동가인 배은심 여사를 찾았다. 문 대통령은 "6월 민주항쟁의 상징인 이 열사와 아들의 못다 이룬 꿈을 이어간 배 여사의 희생과 헌신이 오늘날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만들었다”며 고인의 안식을 기원했다.
지난해 2월에는 노동ㆍ통일운동가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을 조문했고, 2019년 1월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이자 평화 운동가인 김복동 할머니의 빈소를 찾았다. 대한불교조계종 전 총무원장 월주스님(2021년 7월)과 정진석 추기경(2021년 4월)의 마지막 가는 길도 함께했다.
사회적 평가가 분분한 거물들의 빈소는 거리를 뒀다. 문 대통령은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과 노태우 전 대통령, 김종필 전 국무총리, 백선엽 장군의 빈소는 찾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진보적 사회운동가의 빈소를 찾으면서 경제인과 보수 성향 정치인에게 조문하지 않은 것을 두고 보수 진영 일각에서는 ‘사회 통합에 인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