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페이 걱정말라더니 뒤통수 친 카카오페이 경영진... 사과했지만 논란 확산

입력
2022.01.0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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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대주주 알리페이 오버행에 떨던 주주들
"걱정 말라"던 경영진에 배신당한 사연은
"국민연금 나서달라" 주장까지

지난달 900억 원어치 회사 주식을 팔아 현금을 챙긴 카카오페이 경영진에 대한 비난 여론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상장 한 달 만에, 그것도 대표이사를 포함한 경영진 8명이 거의 동시에 주식을 매각한 전례 없는 상황이 벌어지자 내부 직원들마저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의 극치"라며 집단행동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여기에 카카오페이의 2대 주주인 중국 알리페이 역시 당장 내다팔 수 있는 물량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추가 대규모 매도 물량 불안감도 커지는 상황이다. 카카오 내부에선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이 나서 경영진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상장 한 달 만에 스톡옵션 무더기 행사

9일 업계에 따르면, 류영준 대표를 포함한 경영진 8명은 지난달 10일 총 44만 주에 달하는 스톡옵션을 시간 외 매매 방식으로 처분했다고 공시했다. 현금화 규모는 약 900억 원에 달한다.

이는 카카오페이가 코스피에 상장(11월 3일)한 지 불과 한 달 만에 벌어진 일이다. 당시 증권가에서도 "시가총액 수십 조원이 넘는 기업에서 상상도 못 할 일이 벌어졌다"는 반응이 나왔다. 지난 7일 기준 카카오페이 시총은 20조 원(코스피 19위)에 달한다.

처분 규모도 규모지만, 주식을 내다 판 시점이 특히 일반 소액주주들의 분노를 키웠다. 카카오페이는 지난해 11월 말 코스피200 특례 편입 확정을 호재 삼아 주가가 23만8,500원까지 치솟았다. 경영진은 20만 원이 넘는, 사실상 고점에 주식을 팔았다. 이후 카카오페이 주가는 최고점 대비 36% 하락한 상태다. 통상 경영진이 자기 회사 주식을 내다 팔면 시장은 이를 고점으로 받아들여 매도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

中 알리페이 걱정했던 주주 "뒤통수는 대표한테 맞아"

비난이 수그러들지 않자 지난달 4일 신 대표 등 경영진은 일단 고개를 숙였다. 카카오 대표로 내정된 류 대표의 경우 "모회사 이동에 따른 이해 상충 오해를 방지하기 위해 스톡옵션을 매도했다"는 이유를 댔다. 그러면서 "상장사 경영진으로서 가져야 할 무게를 고민하게 됐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주주들은 "예상도 못 한 경영진에 뒤통수를 맞았다"며 항의하고 있다. 사실 애초 소액주주들이 우려했던 건 카카오페이 2대주주 알리페이(지분율 38.68%·최대주주 카카오는 47.28%)였다. 상장 후 6개월간 매도가 금지된 보호예수 물량(약 10%)을 제외한 28%는 언제든 대량 매물로 나올(오버행)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었다.

이런 우려에 카카오페이 경영진은 지난해 10월 상장 간담회에서 "알리페이는 카카오페이 출범 때부터 함께한 전략적 투자자로 장기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며 "단기간 내 지분 매각 의사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며 주주들을 안심시켰다. 결과적으로 단기간 내 지분 매각은 사실 본인들이 한 셈이다.


카카오 노조 "류 대표 선임 반대... 국민연금 개입" 촉구

경영진의 스톡옵션 매도가 위법은 아니다. 하지만 '삼수(세 번째 도전)' 끝에 증시에 상장한 지 한 달 만에 경영진이 동시에 주식을 내다 판 행위는 직원들조차 용납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카카오 노조는 차기 대표로 내정된 류 대표에 대해 사퇴를 촉구하며 "카카오 주요주주인 국민연금공단(1월 9일 기준 7.42%)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발동해 주주총회에서 류 대표 선임 안건에 대한 반대표결을 해 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서승욱 카카오 노조위원장은 "류 대표 사퇴를 위해 집회나 피케팅 같은 집단행동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 노조는 10일 향후 계획 등 추가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조아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