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한동훈 검사장(사법연수원 부원장)의 가족과 팬카페 회원 등의 통신자료를 조회한 사실이 확인되자, 한 검사장이 "정상적 수사 방식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한 검사장은 9일 입장문을 통해 "고위공직자가 수사대상으로 한정된 공수처가 동호회 활동을 하는 민간인들도 무차별 통신조회한 것은 선량한 국민들을 겁주고 불안하게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수처는 지난해 한 검사장과 그의 아내, 미성년 자녀의 통신자료를 조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 수사 사건과 무관해 보이는 이들의 통신자료를 봤다는 점에서 공수처가 한 검사장에 대한 통신 영장을 법원에서 발부 받아 한 검사장의 통화·문자 내역과 상대방 전화번호 등이 포함된 통신사실 확인자료를 살펴봤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검사장 지지자들이 모인 팬카페 '위드후니' 일부 회원도 통신자료 조회를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신자료는 이동통신 이용자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 등이 담긴 개인정보다. 전기통신사업법(83조 3항)에 따라, 공수처 등 수사기관이 이동통신사 등에 요청하면 법원 영장 없이도 열람할 수 있다. 공수처는 최근 언론인과 야당 정치인, 민간인 등 수백 명의 통신자료를 무분별하게 조회했다가 '사찰' 논란에 휘말렸다.
한 검사장은 "정치권에서 근거 없이 정파적 의혹을 제기하며 공수처 수사를 요구하면, 어용 단체가 그대로 공수처에 고발하며 '언론플레이'를 하고 공수처는 언론인이든 민간인이든 가리지 않고 탈탈 턴다"며 "그러고 나서 아무 것도 안 나오면 '아마추어라 그렇다'며 뭉개고 넘어가는 일이 반복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오래 수사해 왔지만 수사기관이 이렇게 인권이나 헌법 무서운 줄 모르고 막나가는 것을 보지도 듣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한 검사장은 그러면서 "누가, 어떤 이유로 어떤 절차를 거쳐 이런 일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밝혀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는 마음에 안 든다고 마구잡이로 털고 겁주는 게 정상적 수사방식이자 '뉴 노멀'(new normal)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유시민 씨, 황희석 씨 등은 존재하지도 않는 계좌추적이 존재한다며 제 명예를 훼손했지만 지금 공수처의 민간인, 언론인, 정치인 사찰은 분명히 존재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