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연초부터 전략무기 개발을 두고 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북한은 지난 5일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와 관련해 "700㎞에 설정된 표적을 오차 없이 명중했다"며 군사력을 과시했으나, 우리 군 당국이 그로부터 이틀 후 "북한 발표는 과장됐다"며 평가절하에 나서면서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탄도미사일의 탄두부에 '극초음속 활공체(HGV)'를 장착해 30~70㎞ 고도에서 추진체와 분리된 뒤 마하 5(시속 6,120㎞) 이상의 속도로 변칙 기동하며 돌진해 위협적인 무기다. 평양에서 서울까지 1분 만에 도달할 수 있는 속도로, 현재 개발에 성공한 국가는 미국, 중국, 러시아 정도다.
국방부는 7일 "북한이 5일에 쏜 미사일은 비행 중 최대속도가 마하 6이었을 뿐, 형상과 성능 면에서 극초음속이 아닌 일반 탄도미사일로 분석됐다"며 "우리 군이 2017년 개발한 탄도미사일인 현무-2C와 동급"이라고 발표했다. 현무-2C의 최대속도가 마하 9, 유효사거리가 800㎞인 점을 감안하면 우리가 북한보다 한 수 위인 미사일을 5년 전에 만들었다는 얘기다. 국방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참고자료를 배포한 데 이어 1시간가량 기자단을 상대로 브리핑을 했다.
내부 결속을 목적으로 한 북한의 무기 급조와 성능 부풀리기는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다만 군 당국이 브리핑까지 열고 공개 반박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7일 언론 대상 브리핑은 국방부 자체 판단인 것으로 전해졌다. 서욱 국방부 장관이 주재한 오전 간부회의에서 국민들의 과도한 불안감을 막기 위해 결정했다고 한다. 청와대와도 사후 교감했다.
군 당국의 이례적 행보는 현 정부의 '강한 안보론'을 뒷받침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읽힌다. 정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우리 군사력이 북한보다 앞서 있다"는 메시지를 적극 발신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비닉(秘匿) 무기인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최종 시험발사를 문재인 대통령이 참관하는 공개 행사로 바꾼 것이 대표적이다. 국방부는 당시 "우리나라가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인도에 이어 세계 7번째로 SLBM 보유국이 됐다"면서 2016년 SLBM을 첫 시험발사한 북한을 제외했다. 북한이 SLBM을 잠수함이 아닌 바지선에서 발사했다는 이유를 들면서다. 박종승 국방과학연구소(ADD) 소장도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SLBM은 미사일뿐 아니라 플랫폼(잠수함)과 완전체로 봐야 한다는 점에서 우리가 5년 이상 앞서 있다"고 강조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도 지난해 10월 페이스북에 "SLBM뿐 아니라 고위력 탄도미사일, 공대지 미사일 등 다른 전략무기도 큰 의미가 있기 때문에 국민들이 자부심을 갖도록 적극 홍보에 나서달라"고 문 대통령이 지시한 사실을 공개했다.
이런 행보가 북한을 불필요하게 자극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에 해당하는 무기 개발과 이중기준 철폐 주장에 빌미를 제공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실제 북한의 무기 개발 최고 책임자인 장창하 국방과학원장은 지난해 우리의 SLBM 최종 시험발사 이후 "남조선이 크게 광고한 수중발사 탄도미사일은 초보적 걸음마 단계 수준에 불과하다"며 혹평했고, 박종승 ADD 소장이 북한 SLBM을 평가절하한 직후인 지난해 10월엔 바지선이 아닌 고래급 잠수함에서 SLBM을 발사하기도 했다.
우리 군 당국의 평가에 대한 북한 측 반응은 나오지 않았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38번째 생일인 8일에도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