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8일 비공개 일정으로 이마트 이수점을 찾아 장을 봤다. 윤 후보는 카트에 라면과 통조림, 사과와 약콩, 멸치 등을 잔뜩 담았다. 국민의힘 측은 윤 후보가 ‘여수 멸치’, ‘약콩’ 등을 든 사진을 언론에 배포했다. 윤 후보 또한 인스타그램에 마트에서 장을 보는 사진을 게시한 후 아래에 ‘#이마트 #달걀 #파 #멸치 #콩 #윤석열’ 해시태그를 달았다.
윤 후보의 이날 행보를 두고 최근 ‘멸공’ 논란에 휩싸인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을 우회적으로 지지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앞서 인스타그램은 지난 5일 정 부회장이 숙취해소제 사진과 함께 “끝까지 살아남을 테다 #멸공!”이라고 올린 게시물을 삭제했다. 게시물이 폭력 및 선동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위반했다는 이유에서다. 멸공(滅共)은 공산주의자를 멸한다는 뜻이다. 정 부회장은 “난 공산주의가 싫다”, “이게 왜 폭력 선동이냐”며 재차 ‘멸공’ 해시태그를 달았다.
이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지난 7일 자신의 트위터에 “21세기 대한민국에 숙취해소제와 함께 ‘#멸공’이란 글을 올리는 재벌 회장이 있다. 거의 윤석열 수준”이라는 글을 올리며 정 부회장과 윤 후보를 싸잡아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윤 후보가 신세계의 이마트 매장을 방문, ‘멸공’과 유사한 발음인 ‘멸치’, ‘콩’을 집어 든 사진을 공개한 것이다. 윤 후보는 이날 이 같은 해석에 대해 웃으면서 “집에서 가까운 마트”라며 “오늘 아침에 오랜만에 오전 일정이 없었다. 저희집 강아지들 간식이 떨어졌고, 저도 라면하고 이런 것 좀 사서 먹으려고 가까운 데 다녀왔다”고 해명했다.
국민의힘 측도 “윤 후보가 밥상물가와 방역패스 문제를 점검하기 위한 차원”이라며 “시민 불편을 줄이기 위해 일정을 미리 공지하지 못했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윤 후보는 이날 오후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한국 발달장애 아티스트 특별전시회’를 관람한 후 기자들과 만나 오는 10일부터 백화점ㆍ대형마트에 방역패스가 적용되는 것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초기부터 역학조사를 디지털 데이터화를 시켜 과학적으로 관리를 하고 방역 정책을 세워야 됐다”며 “이게 전부 과학 방역이 아니고 너무 주먹구구식, 또는 많은 분들이 비판하는 정치 방역 아니냐. 참 안타깝다. 왜 이렇게 하고 있는지”라고 했다.
윤 후보는 전날 페이스북에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일곱 글자를 올린 것에 대해서는 “현재 입장은 여성가족부 폐지 방침이고, 더는 조금 더 생각해보겠다”고 했다. 이어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이 남녀 갈라치기 아닌가’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뭐든지 국가와 사회를 위해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 주시길 바란다”고 짧게 답했다. 윤 후보는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이 한창이던 지난해 10월 여성가족부를 양성평등가족부로 개편하겠다고 밝힌 적은 있지만, 여성가족부 폐지를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