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최초 오스카 남우주연상’ 시드니 포이티어 별세

입력
2022.01.08 11:26
1964년 '들판의 백합'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수상
'흑과 백' 등 흑백 인종차별 문제 다룬 작품에 주로 출연

흑인 최초로 아카데미(오스카) 남우주연상을 받은 할리우드 배우 시드니 포이티어가 6일(현지시간) 바하마에서 숨졌다. 향년 95세.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바하마의 체스터 쿠퍼 부총리는 7일 페이스북에 “우리는 아이콘이자 영웅, 멘토, 전사, 국보를 잃었다”며 그의 별세 소식을 전했다. 포이티어는 1964년 흑인 배우로는 처음으로 오스카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할리우드에서 인종의 벽을 넘었다.

1927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태어나 바하마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그는 가난한 형편에 15세에 나이를 속이고 조기 입대했다. 제대 후 미국에서 연극 극단에 들어가 연기를 시작했다. 1950년 영화 ‘노웨이아웃’에 출연하며 할리우드에 진출했다.

이후 흑백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작품에 주로 출연하며 입지를 닦았다. 첫 주연작인 ‘흑과 백’(1958년)은 흑인 탈옥자를 통해 인종차별 문제를 다룬 작품이다. ‘초대받지 않은 손님’(1967년)에서 백인 여성과 사랑에 빠진 의사를 연기했고, 같은 해 ‘밤의 열기 속에서’에선 백인 살해 희생자 사건을 수사하는 형사 역할을 맡았다.

그에게 오스카 남우주연상을 안겨준 ‘들판의 백합’(1963년)에서는 동독을 탈출한 수녀들을 돕는 퇴역 군인으로 열연했다. 그의 수상은 흑인 영화인들의 큰 영광이자 쾌거였지만, 그의 수상이 아카데미의 인종차별 비난을 희석하는 중화제로 쓰였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2002년에는 아카데미 특별 공로상을 받았다.

바하마 국적도 가진 포이티어는 1997년 주일 바하마 대사로 부임하기도 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2009년 그에게 ‘대통령 자유메달’을 수여했다.

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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