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우크라이나 국경에 군사력을 대폭 증강한 러시아를 강하게 비판했다. 10일(현지시간) 열리는 양국간 회담을 앞두고 선제적으로 러시아를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7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은 이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외무장관 화상회의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는 일은 여우가 가끔 닭이 위협을 제기한다는 이유로 닭장을 공격해야만 한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이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충돌을 유발하고 있다고 주장한다”며 “(러시아는) 자국 병력 증강과 탱크, 대포가 모두 순수하게 방어적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런 ‘가스라이팅(타인의 심리 조작)’을 이전에도 본 적이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런 상황에서 우크라이나가 공격을 하고 있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다”며 “우크라이나를 8년 전 침공한 것도, 우크라이나의 한 부분인 크림반도를 무력 점령하는 것도 모두 러시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러시아가 주장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금지’와 관련 블링컨 장관은 “러시아는 나토가 러시아를 위협하고 있거나, 나토가 러시아와 충돌을 일으키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군을 주둔시킬 계획이라거나, 냉전 이후 동부 유럽 국가를 가입시키지 않기로 한 약속을 깼다는 등의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이어 “나토는 방어적 동맹”이라며 “나토는 새 회원국을 받지 않겠다고 약속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블링컨 장관은 “우리는 러시아의 추가적인 공격에 강력하게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그러나 러시아가 선택한다면 외교적 해법이 여전히 가능하고 더 나은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음 주 러시아와의 대화에서 새로운 위기 감축 조처를 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이는 쌍무적인 것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과 러시아는 1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미·러 안보 실무회의를 개최한다. 이어 1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러시아와 나토 회담이, 13일에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미ㆍ러가 포함된 유럽안보협력기구 회담이 열린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러시아가 반정부 시위가 격화한 카자흐스탄에 공수부대를 파견한 데 대해서도 경계심을 드러냈다. 그는 “최근 역사의 교훈은 일단 러시아가 당신의 집에 들어오면 때때로 떠나게 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이라며 “카자흐스탄이 러시아의 영향력을 낮추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