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 빈국이라는 역설의 축복

입력
2022.01.1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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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카보베르데의 민주주의


자원의 풍요는, 지킬 국력이 없거나 민주적,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정치·경제적 역량이 없으면 재앙의 씨앗이 된다는 건 인류사를 관통하며 거듭 입증돼 온 사실이다. 제3차 세계대전이라고도 불리는 아프리카 여러 국가들의 내전과 국가 간 분쟁이 대표적인 예다. 지구 전체 면적의 약 20%를 점하는 대륙 아프리카에는 지구 광물자원의 30%가 묻혀 있고, 특히 분쟁 광물이라 불리는 금과 주석, 탄탈룸, 텅스텐이 거기 있다. 유혈 참변이 끊이지 않는 빈국 콩고민주공화국의 경우 탄탈룸 원료인 콜탄 전 세계 매장량의 약 80%를 비롯, 코발트 49%, 다이아몬드 30%, 금 25% 등 약 24조 달러어치(추산)의 자원을 지니고 있다.

서아프리카 섬나라 카보베르데공화국이 대륙 민주주의의 모범으로 꼽히게 된 데도 자원 빈국이라는 '역설적 축복'이 크게 기여했다. 세네갈 해안에서 약 570㎞ 떨어진 카보베르데는 15세기 중엽 포르투갈인이 정착촌을 건설하면서 대서양 중계무역 거점 보급항으로, 특히 노예무역 기지로 성장했다. 화산섬이라 농사 지을 땅이 부족하고 이렇다 할 지하자원도 없는 섬들로 이뤄진 나라. 2차대전 이후 아프리카 민족주의 열풍에 카보베르데 독립아프리카당(PAICV)이 섰지만, 정작 독립은 1974년 포르투갈 '카네이션 혁명' 직후인 1975년 7월에야 이뤄졌고, PAICV는 1990년 다당제로 헌법을 개정하며 일당 지배 시스템을 스스로 포기했다. 1991년 1월 13일 처음 치러진 총선으로 신생 민주주의운동당(MpD)이 집권했고, 이후 두 정당은 세 차례 선거를 통한 평화적 정권 교체를 이루어냈다.

영국 시사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계열사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세계 167개국을 대상으로 선거, 정부 역할, 정치 참여도, 정치 문화, 시민 자유 등 5개 항목을 분석해 매년 발표하는 민주주의 지수에서 카보베르데는 꾸준히 20~30위권(2020년 32위)을 유지해왔다.

최윤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