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이준석 '극적 포옹'에도... '원팀 운전' 불안한 이유

입력
2022.01.07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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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이준석·윤석열 측 깊은 감정의 골
②재·보궐선거 공천 둘러싼 주도권  
③안철수와 단일화 두고 이견 가능성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이준석 대표의 '원팀' 선언에도 당내에서조차 3월 대선에 이르는 길이 평탄하지만은 않을 것이란 견해가 많다. 연이은 극한 대립으로 윤 후보와 가까운 의원들과 이 대표 사이에 감정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졌고, 대선과 동시에 치르는 재·보궐선거 공천을 두고 주도권 싸움이 재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봉합 다음날 드러난 갈등의 골

'당대표 탄핵' 결의안을 추진했던 의원총회의 여진은 다음날인 7일에도 이어졌다. 이 대표를 겨냥해 '사이코패스' '양아치'라고 비난했던 박수영 의원은 CBS 라디오에서 전날 의총 분위기에 대해 "의원들 중 '이 대표가 잘했다'고 옹호한 분은 아무도 없었다"며 "후보 뜻을 따라주는 쪽으로 여론이 움직였다"고 했다. '봉합해야 한다'는 윤 후보의 뜻을 따랐을 뿐이지, 이 대표에 대한 감정은 여전하다는 얘기다.

이 대표도 지지 않았다. 그는 MBC 라디오에서 "박 의원이 의원들을 대표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지 모르겠다"며 "다들 적당히 하고 정신 차렸으면 좋겠다"고 맞받았다. 이 대표와 가까운 김용태 최고위원은 전날 윤 후보에게 쓴소리를 한 선거대책위원회 청년 보좌역들을 "진정한 청년이 아니다"고 한 박 의원에게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박 의원은 김 최고위원에게 전화를 걸어 사과했다고 밝혔지만, 이 대표와의 방송상 설전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윤핵관(윤 후보 측 핵심 관계자)'과 이 대표의 불편한 관계도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이 언론에 "공식적으로 후퇴했지만 내부적으로 그 사람들의 영향력은 아직 존재한다"고 우려할 만큼 선대위에서 '윤핵관'의 영향력이 사라졌다고 보는 이는 드물다. 이 대표도 이날 익명의 '선대위 관계자'가 자신을 저격한 내용의 기사를 페이스북에 첨부하면서 "(내가) 불편하면 자세를 고쳐 앉으라"고 지적한 것도 그래서다.

재보선 공천 및 안철수와 단일화 주도권

대선과 함께 열리는 재보선 공천도 갈등의 불씨가 될 소지가 다분하다. 재보선이 열리는 지역구는 서울 종로 등 총 5곳인데, 이 중 서울 서초갑과 대구 중·남구는 국민의힘 공천이 당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공천 권한을 쥔 측이 '자기 사람' 챙기기에 나서기 좋은 지역이란 뜻이다.

이 대표 측은 "조만간 공천관리위원회를 출범시켜 원칙과 기준을 정해 따르면 된다"고 했지만, 윤 후보 측은 대선후보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인물을 내세워야 한다고 주장할 경우 충돌할 수 있다. 이러한 주도권 싸움은 길게는 6월 지방선거 공천을 둘러싼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를 두고 이견이 제기될 수도 있다. 윤 후보는 단일화와 관련한 언급을 삼가고 있지만, 당 내에선 안 후보의 지지율이 10%대에 안착하면서 정권교체를 위해선 단일화는 필수라는 견해도 적지 않다. 반면 안 후보와 감정이 좋지 않은 이 대표는 단일화에 부정적이다. 그는 이날도 "(단일화를) 제안할 생각이 없다"며 "(안 후보에게 뺏긴 청년층 표심을) 언제든 다시 확보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손영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