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 정부가 7일 오전 외교·국방장관 회담(2+2)을 갖고 미일동맹 강화를 통해 중국의 위협에 공동 대응한다는 자세를 확인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활동에 대해서도 강한 우려를 표명하고, 중국과 북한이 개발하는 초음속 미사일 등 최신 미사일에 대항하기 위한 무기를 공동 연구한다는 협정에 서명했다.
양국은 미국의 토니 블링컨 외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일본의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상과 기시 노부오 방위상이 참석한 가운데 이날 오전 화상으로 2+2 회담을 진행했다. 회담 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양국은 “규칙에 근거한 질서를 훼손하려는 중국의 지속적인 노력이 지역과 세계에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 기술적 도전을 야기한다는 우려를 표명했다”면서 “지역 평화와 안정을 저해하는 강압적 행위에 대한 자료 수집과 분석을 통해 정보 공유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신장 위구르 자치구와 홍콩의 인권 문제에 대해서도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하되 “양안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언급했다. 또한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활동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하고, 북한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른 의무를 준수할 것을 촉구했다.
이번 공동성명은 일본의 방위력 강화에 대한 내용을 전보다 구체적으로 담고 있어 눈길을 끈다. 미일 양국은 지난해 4월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와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정상회담 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일본의 방위력 강화’를 언급한 후 관련 논의를 계속해 왔다. 이에 일본은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의 1% 이내로 묶었던 전례를 깨고 늘리기로 했고, 기시다 후미오 내각은 올해 일본의 안보 전략을 담는 3대 문서인 국가안전보장전략, 방위계획대강, 중기방위력정비를 모두 개정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일본 정부가 개정할 예정인 3대 안보 전략 문서의 개정을 통해 미국과 일본이 “동맹의 비전과 우선순위를 확실히 맞추기로 결의했다”면서 “이 과정 전반에 걸쳐 긴밀히 협력할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일본은 전략적 검토 과정을 통해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능력을 포함해 필요한 모든 옵션을 검토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고 적시해, 일본의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를 미국이 인정하는 듯한 표현도 사용했다. 적 기지 공격 능력은 탄도미사일 발사 등 상대국의 공격 움직임이 있을 때 사용할 수 있는 원거리 정밀 타격 수단을 보유하는 것을 뜻한다. 사실상 선제공격 능력을 갖추는 것이므로 일본 헌법 제9조의 전수방위(공격을 받을 때만 방위력 행사 가능) 원칙에 배치된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양국은 또 “난세이(南西)제도에서 일본 자위대 배치를 강화하는 노력을 포함해, 미국과 일본이 시설의 공동 사용을 늘릴 것”을 약속했다고 밝혔다. 최근 일본 언론은 대만 유사시 미군이 난세이제도의 자위대 시설 등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미일이 논의 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양국은 또 방위에 있어 육해공은 물론 우주, 사이버, 전자기 등 여러 영역을 통합한 교차 방위 능력 향상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이를 위해 훈련과 정보 감시를 강화하는 것은 물론 인공지능(AI) 등 안보적으로 중요한 첨단 기술 분야에서 기술적 우위를 유지하기 위한 공동 연구 개발 투자까지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공동성명에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일본 측은 미국에 최근 오키나와 등 미군 기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대규모 집단감염이 발생한 것과 관련해 미군 측이 엄격한 조치를 취할 것을 재차 강조했다고 하야시 장관은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