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영화 ‘아이언맨’ 시리즈 곳곳에서 주인공 아이언맨은 집사 역할을 하는 최첨단 인공지능(AI) ‘자비스’와 협업해 아이언맨 슈트를 설계·제작한다. 자비스가 3차원(3D)에 가상으로 구현하는 설계도를 보고 아이언맨이 아이디어를 말하면, 자비스가 이를 반영해 실물 슈트를 만들어내는 식이다. 이 슈트를 입은 아이언맨은 우주 영역 너머까지 비행해 인간의 한계를 넘는 힘으로 인류를 위해 적과 싸운다. 먼 거리에 떨어진 주인공이 슈트를 부르면 날아서 이동하기도 한다.
확장된 가상세계를 일컫는 ‘메타버스’에서 만든 개념이 실제 현실로 이어져 만들어지는 ‘착용형(웨어러블) 로봇’ 아이언맨 슈트는 우주뿐 아니라, 시공간 개념을 거스른 양자영역까지 인간의 이동 경험을 확장시키는 데 쓰이기도 한다.
영화 속 이야기지만 아이언맨 슈트 제작 및 활용 과정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강조한 ‘메타모빌리티’ 개념과 유사하다. 정 회장은 5~7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박람회인 ‘CES 2022’에서 로보틱스와 메타버스를 결합해 이동 영역 개념을 확장시킨 ‘메타모빌리티’를 미래 청사진으로 제시했다.
정 회장의 메타모빌리티 구상을 현대차가 구체화하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말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 완공에 맞춰 세계 최고 수준의 메타버스 기반 디지털 가상공장, 이른바 ‘메타팩토리’를 구축하겠다고 6일 발표했다.
자율주행, 로봇 및 AI 기술 등으로 생산효율성을 극대화할 ‘스마트팩토리’ HMGICS를 메타버스에 옮긴 ‘메타팩토리’에서 고도화된 공장 운영과 더불어 제조 혁신까지 추진하겠다는 게 현대차 측 계획이다. 실제 공장과 동일한 쌍둥이 공장을 가상 공간에 설립하는 셈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 가상공장이 차량 주문과 생산, 인도 등 자동차 생애주기 가치사슬 전반을 연구·실증하는 개방형 혁신 기지인 HMGICS 운영을 뒷받침하면서 제조 시스템 혁신도 지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앞서 메타모빌리티가 상용화하면 재택 근무를 하면서 생산 현장을 점검하고 기계를 조작하는 등 제조업 분야로까지 확대 적용될 것이란 취지로 전한 정 회장의 설명과 일맥상통한다. 전날 전시관에서 로봇개 ‘스팟’과 신개념 소형 모빌리티 플랫폼 ‘모베드’(MobeD) 등을 통해 로보틱스의 현재를 공개한 것이라면, 이날 발표는 메타모빌리티를 현실적으로 구체화하는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과정을 밝힌 셈이다.
현대차는 메타팩토리 설립을 위해 이날 글로벌 메타버스 환경 구축과 실시간 3D 콘텐츠 개발·운영 플랫폼 기업인 유니티와 ‘미래 메타버스 플랫폼 구축 및 로드맵 마련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MOU)’을 체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