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서울남부지검을 비공개 방문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통상적인 현장 방문 목적이었다는 게 박 장관 측 설명이지만, 검찰 안팎에선 민감한 인사 시즌을 앞두고 대표적인 친(親)정부 검사로 분류되는 심재철 검사장을 만난 배경과 이유 등을 두고 뒷말을 쏟아내고 있다. 서울남부지검은 지난해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과 관련해 박 장관을 재판에 넘긴 곳이다.
6일 법무부 등에 따르면, 박 장관은 구자현 검찰국장과 함께 5일 오후 4시 30분쯤 서울남부지검을 방문해 1시간 남짓 머물렀다. 박 장관은 심 검사장을 만나 박성훈 금융·증권범죄수사협력단장에게 운영 현황 등 업무보고를 받았다.
법무부는 "현안 보고를 듣기 위한 방문"으로 설명했다. 특히 추미애 전 장관이 없앤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의 후신 격으로 지난해 9월 출범한 금융증권범죄수사협력단의 업무 점검 및 보고를 위한 방문이었다고 부연했다. 박 장관은 평소에도 새롭게 꾸려진 협력단에 대한 애정을 주변에 자주 드러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검찰 안팎에선 장관의 비공개 방문에 '숨겨진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내놓는다. 박 장관은 그간 일선 검찰청 현장 방문 등을 언론에 대부분 사전 공지했다. 한 검찰 간부는 "장관이 최근 직접 검사장 승진 인사를 하겠다고 언급한 상황에서 하필 검찰 인사를 담당하는 검찰국장과 동행한 것도 오해를 살 수 있는 대목"이라고 했다.
서울남부지검장이 심재철 검사장이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심 검사장은 현 정권 출범 후 검사장으로 승진, 대검 반부패강력부장과 법무부 검찰국장 등 요직을 거친 대표적인 친정부 성향 검사로 꼽힌다. 심 검사장은 "장관이 주도해 협력단을 만들었기 때문에 직접 살펴보려고 온 것일 뿐 오해받을 상황도 일도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서울남부지검이 2020년 박 장관을 재판에 넘긴 곳이라는 점에서 "장관이 불필요한 논란과 오해를 자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남부지검은 2019년 4월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당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관계자를 폭행한 혐의로 박 장관을 불구속기소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비밀리에 방문하려던 것은 아니고 현장 방문을 늘리겠다는 기조 아래 특별한 사항이 없는 경우 일일이 언론에 사전 공지할 필요는 없다는 게 장관 방침"이라고 전했다. 서울남부지검 역시 "개별 사건과는 관계없는 방문"이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