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평택시의 한 냉동창고 신축 현장에서 발생한 화재 진압에 나섰던 소방관 3명이 6일 사그라들었다 다시 커진 불길을 피하지 못해 숨지는 참사가 났다. 전날 밤 7층 건물 1층에서 발생한 화재는 이날 오전 6시 반쯤 큰불이 잡혀 대응 단계가 해제됐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불길이 번져 새로 대응 2단계가 발령됐다. 사고가 난 2층 화재 진압에는 소방관 5명이 2단계 발령 직전 투입됐는데 불길이 커진 뒤 2명은 탈출했지만 나머지는 변을 당했다.
정확한 사망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번 참사는 여러모로 지난해 6월 소방관 1명이 희생된 이천시 쿠팡 물류센터 화재와 닮은꼴이다. 당시에도 화재 발생 약 3시간 만에 큰불을 잡고 잔불을 정리하면서 경보를 차례로 해제했지만 몇 시간 뒤 다시 불이 번지는 바람에 내부에서 진화하던 구조대장이 미처 피하지 못하고 숨졌다. 화재 현장의 불길이 다시 번지는 경우 진압에 나선 소방관 안전에 얼마나 치명적인지 새삼 일깨운다.
이천 사건 당시에는 현장 지휘에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불씨가 제대로 꺼지기 전에 대응 1단계를 해제해 소방관을 사지로 몰아넣은 셈이라며 대응 단계만이 아니라 사고 대응 지침을 구체화한 매뉴얼을 만들자는 목소리도 나왔다. 최악 수준의 소방관 참사인 이번 사건에도 그런 문제는 없는지 따져 볼 필요가 있다.
물류창고 등에서 대형화재가 부쩍 늘고 있다. 2020년 4월 노동자 38명이 숨진 이천시 냉동창고 신축 공사장 화재도 이번 사건과 닮았다. 당시는 인화·가연성 물질이 주변에 널린 상태에서 기본 방호 조치도 하지 않은 용접 작업이 화를 불렀다. 이후 건축 중이거나 운영 중인 창고 시설의 화재를 막기 위해 지난해 말 소방법이 개정됐지만 1년 시행을 앞둔 사이 이런 사건이 또 터졌다. 기본적인 안전 수칙을 지키지 않아 인명과 재산을 잃고 구조에 나선 소방관 생명까지 앗아가는 후진적 사고를 언제까지 되풀이해야 하는지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