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형 장신 레프트 ‘아기 사자’ 이선우(20ㆍ인삼공사·183㎝)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인삼공사는 4일 경기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2021~22 V리그 현대건설과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2-3으로 아쉽게 패했다. 하지만 이선우는 이날 리그 최강 팀을 상대로 데뷔 후 최고 경기력을 선보였다. 이소영의 대각 레프트로 출전, 21득점에 공격 성공률 47.6%(효율 23.9%)를 찍으며 맹활약했다. 지난 시즌 개인 한 경기 최다 득점은 8득점에 불과했는데, 직전 경기인 1일 페퍼저축은행전 11득점에 이어 두 경기 연속 개인 기록을 새로 썼다. 특히 높은 상대 블로킹 벽을 이용하는가 하면 처리하기 어려운 공도 빈 곳으로 밀어 넣는 장면이 여러 차례 나왔다.
이선우는 6일 한국일보와 전화 통화에서 “원래 큰 키(183㎝)를 활용해 각을 내서 꽂아 때리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감독님께서 연습 때 ‘길게 때릴 줄 알아야 더 성장한다’고 강조하셨다”며 “현대건설은 블로킹이 높은 팀이라 ‘밀어 때려보자’고 한 번 시도해 봤는데 계속 통했다”고 비결을 꼽았다.
수비에서도 리시브 효율 37.0%를 기록하며 힘을 보탰다. 다만 1세트 막판 23-24까지 맹추격했다가 이선우의 결정적인 리시브 실책으로 세트를 내준 장면은 아쉬웠다. 이선우는 이날 27개의 리시브 중 딱 1번 실책을 했는데 바로 이 점수였다. 이선우는 “상대 서브 직전 오른쪽에 있던 소영 언니가 ‘도와줄까?’라고 했는데, 내가 ‘아뇨. 제가 처리할게요’라고 당당하게 말해 놓고 정작 실책을 했다”며 “너무 미안하고 어이가 없어 화도 나고 자존심도 상했다. 만감이 교차했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실책 직후 소영 언니와 눈이 딱 마주쳤는데 웃으면서 괜찮다고 다독여줬다. 너무 고마워 더 분발할 수 있었다”며 웃었다.
서브도 강해졌다. 지난 시즌엔 39개의 서브 중 단 1득점에 그쳤는데 올 시즌엔 벌써 7점째다. 상대 리시브 라인을 흔드는 유효 서브도 자주 나온다. 이선우는 “그 점(강서브)은 인정받고 싶다”고 웃었다. 그는 “올해 연습경기까지도 플로터 서브를 넣었는데 뭔가 템포가 엇갈렸는지 갑자기 실책이 쏟아졌다"면서 "이왕 실책한다면 서브도 공격하듯 과감하게 때려보자고 스파이크 서브로 바꿨는데 좋은 결과가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팀 내 베테랑들의 관심과 조언이 효과를 보고 있다고 한다. 국내 최고 레프트로 꼽히는 이소영이 올 시즌 인삼공사로 옮겼고, 지금은 센터지만 과거 레프트로 맹활약했던 한송이도 있다. 특히 한송이의 경우 이선우가 출전할 때면 아예 옆에 끼고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이선우는 “송이 언니와 2년째 같은 방을 쓰는데 배구는 물론 생활이나 마음가짐 등 좋은 얘기를 많이 해 준다”면서 “코트에서 갑자기 흥분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 송이 언니가 옆에서 잘 조절해 준다. 배구 외에도 배울 점이 많은 언니”라고 고마움을 표했다. 이소영에 대해서도 “지난해 팀 밖에서 보던 모습과 올해 같은 팀에서 보는 모습이 다르다. 배우고 싶은 언니의 기술이 더 많이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 신인왕을 받았지만 일각에서는 ‘예년보다 존재감이 떨어졌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선우는 “인정하기 싫지만 인정한다”면서 웃었다. 이어 “신인왕을 받은 것은 좋았지만 꼬리표가 부담스러웠다”면서 “특히 올해는 이윤정(도로공사) 언니나 정윤주(흥국생명) 박은서(페퍼저축은행) 등 신인들이 너무 잘하니까 작년과 비교돼 더 신경 쓰였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하지만 최정민(기업은행) 김지원(GS칼텍스) 한미르(현대건설) 박혜진(흥국생명) 등 데뷔 동료들이 올 시즌 조금씩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면서 “우리도 더 열심히 잘하면 된다”고 개의치 않았다.
팬들은 이런 이선우의 다부진 모습에 ‘아기 사자’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득점 후 포효하는 모습이 아기 사자를 닮았다는 것이다. 아직 맹수로 성장하기 전이지만 이선우는 올 시즌 국내에 드문 장신 레프트로서의 발전 가능성을 확실히 보이고 있다. 이선우는 “시즌 전엔 소영 언니 대각으로 뛰면서 내 개인 기록을 경신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면서 “처음 목표는 달성했지만 자만하지 않고 새 목표를 정해 깨고 또 깨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