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간호법 제정안을 둘러싼 의료계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간호대생들은 법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집단행동도 불사하겠다고 선언했고, 의사단체들은 적극 반대하고 있다. 코로나19 3년차, 오미크론 변이 확산을 눈앞에 두고 의료계 갈등이 의료 공백으로 이어질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6일 의료계와 국회 등에 따르면 이번 국회 본회의에서 간호법 제정안 논의 가능성이 거론된다. 지난해 11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일부 논의가 있었지만,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간호계는 최근 코로나19로 간호인력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법 제정에 탄력을 받은 만큼, 본회의 이전에 복지위 법안소위 통과를 기대하고 있다. 2005년과 2019년에도 간호법이 발의된 적이 있지만, 복지위 법안소위에 상정돼 심의된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간호계는 이번 기회에 꼭 간호법을 만들겠다는 각오다. 전국 16개 시·도 간호대생 대표들은 전날 대한간호협회(간협)가 개최한 수요 집회에 참석해 "간호법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간호사 국가시험 거부와 동맹휴학 등을 포함한 집단행동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다음날 간협은 "간호법 제정의 궁극적인 목적이 국민건강증진에 있는 만큼, 간호과 학생들이 국가시험을 거부해선 안 된다"고 선언 철회를 요청하기도 했다.
반면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지역 의사회가 나서서 릴레이 반대 성명을 내놓고 있다. 지난달 14일 의협을 시작으로 서울 등 12개 지역 의사회가 잇따라 간호법 제정 반대 성명을 냈다. 한국여자의사회도 동참했다.
간호사법은 의료법 안에 있던 간호사 관련 규정들을 뽑아내 별도의 법안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그런데 간호사법 제정안에 명시된 '의사의 지도 또는 처방하에'라는 문구가 문제다. 기존 의료법에는 '처방'이라는 표현이 없었다.
박수현 의협 대변인은 "간호사가 의사의 처방만으로 의료 행위를 할 경우, 심하면 의사 1명이 처방만 내리고 간호사가 모든 의료 행위를 다 수행할 수도 있다"며 "병원으로선 의사 고용을 줄이고 간호 인력을 늘려 박리다매식으로 운영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간협은 이런 논리 자체가 "허위사실"이라고 맞서고 있다. 백찬기 간협 홍보국장은 "지금도 의사가 퇴근한 오후 5시 이후엔 간호사가 '의사의 처방하에' 입원 환자들을 돌보는데, 현행법상 이는 불법"이라며 "90여 개 법안에 흩어져 있는 간호 관련 법령을 한데 모아 불법의 경계에 있는 간호사를 합법의 영역으로 포함시키자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문제는 오미크론 변이 확산이 시간문제로 받아들여지고 있어 의료 인력 부족이 심화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양측의 갈등이 자칫 의료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박수현 대변인은 "간호계가 거리시위에 나섰을 때도 국민들의 불안을 고려해 거리로 나가지 않았다"면서도 "간호계가 극단적인 방법으로 나오면 의협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