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이 ‘국민병’이 된지 오래다. 30세 이상 당뇨병 유병률은 494만 명이고, 당뇨병 전 단계까지 포함하면 948만 명이다(대한당뇨병학회, 2018년 기준). 30세 이상 3명 중 1명 이상 당뇨병이거나 당뇨병 위험군이다.
당뇨병이 무서운 이유는 합병증 때문이다. 고혈당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다양한 합병증이 발생한다. 초기 관리가 합병증 발생에 영향을 미친다.
초기 당뇨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연구인 ‘당뇨병 관리 및 합병증 시험(DCCT)’ 결과, 적극적인 혈당 조절이 미세혈관 합병증과 대혈관 합병증 발생이나 진행 모두 낮춘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했다.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영국 당뇨병 연구(UKPDSㆍUnited Kingdom Prospective Diabetes Study)에서도 당화혈색소(Hb1Acㆍ최근 3개월간의 평균 혈당치) 수치가 1% 감소하면 미세혈관 합병증은 37%, 심근경색은 14%를 줄어들었다.
그런데도 당뇨병이 있어 혈당이 높아도 특별한 증상이 없어 치료를 늦추거나 당뇨병 약제를 시작하면 평생 먹어야 한다는 생각에 약물 치료를 미루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고혈당 상태가 오래 지속하면 당뇨병 합병증이 발생하고, 합병증이 너무 진행되면 혈당 수치가 정상이 되도록 치료해도 이미 진행한 합병증을 되돌릴 수 없어 초기에 적극적인 혈당 조절이 중요하다.
당뇨병을 방치하면 어떤 합병증이 생길까. 당뇨 합병증은 혼수 상태나 사망까지 이르게 할 수 있는 ‘급성 합병증’과 고혈당 상태가 지속해 발생하는 ‘만성 합병증’으로 나눌 수 있다.
당뇨병 급성 합병증은 혈당의 급격한 상승이나 하강으로 발생한다. 혈당이 낮아서 발생하는 ‘저혈당’에서 혈당이 계속 비정상적인 상승 상태가 유지되면서 발생하는 ‘당뇨병성 케톤산증’ ‘고삼투압성 고혈당 증후군’이 생길 수 있다.
△저혈당= 혈당이 70㎎/dL 이하로 떨어지면 저혈당으로 진단한다. 당뇨병 치료 중 발생할 수 있는 약의 부작용이다.
설포닐우레아 계열 경구 혈당 강하제나 인슐린 치료를 받는 당뇨병 환자에서 흔히 나타날 수 있다. 저혈당은 투여된 약제의 용량이 많거나 잘못된 투여 시간, 잘못된 투여 방법이 주원인이다.
환자 식사와 운동량 변화도 영향을 미친다. △식사를 거르거나 △평소보다 운동을 많이 하거나 △공복 상태에서 운동하면 저혈당이 올 수 있다. 과다한 음주 역시 심한 저혈당 원인이다.
저혈당 증상은 환자마다 다양하다. 보통 혈당이 70㎎/dL 정도가 되면 환자는 가슴이 두근거리면서 식은땀이 난다. 혈당이 55㎎/dL로 떨어지면 시력장애, 집중 장애와 인지장애가 나타난다.
혈당이 30~40㎎/dL로 떨어지면 환자의 행동 변화와 졸음이 나타난다. 혈당이 30㎎/dL 이하로 떨어지면 무의식 상태가 되며 경련과 발작이 나타날 수 있고 영구적인 신경장애가 생기거나 사망에 이를 수 있다.
홍재원 일산백병원 당뇨병·내분비센터 교수 “저혈당이 의심되는 증상이 발생하면 저혈당 응급 처치로 혈당을 빨리 올릴 수 있는 사탕ㆍ설탕ㆍ오렌지 주스 등 당질이 포함된 음식을 섭취해야 한다”며 “환자가 저혈당으로 의식이 없을 땐 강제로 음식을 먹이지 말고, 응급실로 신속히 이송해야 한다”고 했다.
△당뇨병성 케톤산증= 당뇨병성 케톤산증은 인슐린이 부족해 발생한다. 환자의 3분의 2 정도는 제1형 당뇨병이다. 나머지 3분의 1은 제2형 당뇨병에서 정신ㆍ신체적 스트레스와 같이 인슐린 분비가 급격히 감소하는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다.
당뇨병성 케톤산증은 췌장 베타세포에서 인슐린 분비가 부족해 발생한다. 가장 흔한 원인은 폐렴ㆍ농양ㆍ패혈증 같은 감염이다. 인슐린이 적절하게 투여가 안됐거나 과다한 음주ㆍ급성 췌장염ㆍ급성 심근경색 등으로도 유발될 수 있다.
당뇨병성 케톤산증 증상은 다음(多飮)ㆍ다뇨(多尿)ㆍ체중 감소ㆍ쇠약감 등과 함께 구역ㆍ구토ㆍ복통 등이 나타난다. 대사성 산증이 심해지면 의식 혼탁ㆍ혼수로 진행할 수 있다.
△고삼투압성 고혈당 증후군= 고삼투압성 고혈당 증후군은 주로 제2형 당뇨병 환자 중 고령인에게서 많이 발생한다. 감염이나 심혈관 질환, 뇌졸중 등 중증 질환이 있는 환자가 더 위험하다.
혈당 농도가 계속 올라가면 삼투압이 높아지고 소변량이 매우 증가한다. 이때 적절한 수분 섭취를 못하면 탈수 증세가 케톤산증보다 훨씬 더 심하게 나타난다.
며칠 혹은 몇 주에 걸쳐서 소변 횟수나 양이 늘어나고 체중이 빠지면서 기력이 떨어지다가 의식이 흐려진다. 고삼투압성 고혈당 증후군은 케톤산증보다 서서히 진행하지만 사망률은 더 높다.
고삼투압성 고혈당 상태 치료로 가장 중요한 것은 수액 보충으로 다량 수액을 정맥에 주사해 소변이 나오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너무 늦게 치료하면 사망할 수도 있음으로 당뇨병 환자가 갑자기 심한 탈수와 함께 혼수 상태에 빠졌을 때는 신속히 병원으로 이송해 치료받아야 한다.
만성 합병증에는 크게 당뇨병성 미세혈관 합병증(당뇨병성 신경병증, 당뇨병성 신증, 당뇨병성 망막병증) 과 당뇨병성 대혈관 합병증(허혈성 심장질환, 뇌혈관장애, 페쇄동맥경화증)으로 나눌 수 있다.
△당뇨병성 신경병증= 당뇨병 환자가 고혈당이 계속되면 말초 신경에 장애가 발생하는 신경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당뇨병 환자의 15% 정도에서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또는 당뇨신경병증) 위험이 나타난다.
가장 흔한 감각신경 이상은 주로 손끝이나 발끝에 화끈거리고, 찌르는 듯한 따가운 느낌이 생긴다. 남의 살인 것 같거나 둔한 느낌이 든다. 심하면 감각이 없어지기도 한다.
치료를 받고 있지 않던 당뇨병 환자가 병원에 가게 되는 흔한 이유 중 하나다. 당뇨신경병증은 생명을 위협하는 합병증은 아니지만, 치료가 어려워 환자를 괴롭히는 합병증이다.
△당뇨병성 망막병증= 당뇨병 환자의 40% 정도에서 당뇨병성 망막병증이 나타난다. 당뇨병에 걸려 10년 정도 지나서 나타난다. 망막 혈관이 손상돼 실명까지 이어지는 합병증이다.
제1형 당뇨병을 처음으로 진단은 환자는 보통 첫 5년간은 당뇨병성 망막병증 위험이 낮아, 초기 안과 검사는 당뇨병 진단 5년 이내에 시행하면 된다. 그러나 제2형 당뇨병 환자는 정확한 발병 시기와 유병 기간을 알 수 없어 처음 당뇨병 진단 시 반드시 안과 검사를 받아야 한다. 모든 당뇨병 환자에서 당뇨병성 망막병증 증상이 없더라도 1년에 한 번 안과 검사를 받아야 한다.
△당뇨병성 신증= 당뇨병성 신증(腎症)은 미세 알부민뇨, 현성 단백뇨를 거쳐 신장기능이 망가져 결국 투석(透析)이 필요할 수 있는 무서운 합병증이다.
당뇨병성 신증의 가장 초기는 미세 알부민뇨증이다. 하루 30~300㎎의 미세한 알부민이 소변으로 배출된다. 단백뇨가 증가하면 알부민이 300㎎ 이상 배출되는 현성 단백뇨가 검출된다.
이 단계에서 더 진행되면 실제 콩팥의 사구체여과율이 감소한다. 즉 콩팥 기능이 감소하기 시작한다. 우리나라에서 신부전(腎不全)으로 투석하게 되는 가장 흔한 원인이 실제로 당뇨병이다.
△허혈성 심장 질환, ‘심근경색’= 당뇨병은 혈관의 동맥경화를 촉진한다. 동맥경화의 결과로 심근경색이 발생한다. 당뇨병으로 생긴 심근경색은 통증이 없다는 중요한 특징이 있다.
당뇨병은 신경장애가 생겨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당뇨병에 동반된 심근경색은 예후가 매우 나쁘다. 심근경색 후 단기 사망률이 10~20%로, 정상인 보다 1.2~2배 위험이 높다.
△뇌혈관장애= 대표적인 질환으로 뇌경색이 있다. 당뇨병은 허혈성 뇌졸중의 발생 위험을 1.8~6배 높인다. 당뇨병은 혈관 전체가 서서히 장애를 받기 때문에 가는 혈관이 막히고, 최종적으로는 큰 혈관이 막히게 된다. 당뇨병에 의한 뇌경색도 예후가 나쁘다. 특히 장애를 받은 신경 기능 회복이 느리다.
△폐쇄성 동맥경화증, 당뇨병성 족부 질환= 대표적인 질환이 당뇨병성 괴저(diabetic gangrene)다. 원인이 폐쇄성 동맥경화가 있지만 심근경색일 때와 마찬가지로 통각신경이 먼저 장애를 받기 때문에 환자는 괴사 증상이 진행돼도 통증이 적어 방치해 두는 경우가 있다.
당뇨병 환자는 정상인보다 감염 위험성이 높아 당뇨병성 족부 궤양의 40~80%에서 감염이 발생한다. 15~24%에서 절단술이 시행된다. 당화혈색소가 1% 증가할 때마다 족부 궤양 위험이1.6배 증가하므로 혈당을 엄격히 조절해야 한다.
미세혈관 합병증 발생을 초기에 진단하려면 정기적인 당뇨 망막 검진, 미세 알부민뇨 측정이 필요하다. 대혈관합병증을 예방하려면 혈당 조절 외에도 ‘나쁜’ LDL 콜레스테롤이 70~100㎎/dL로 조절해야 한다.
적절한 체중 및 혈압 조절, 금연, 필요 시 항혈소판 제제 사용이 필요하다. 뇌혈관이나 심혈관 합병증의 위험이 높은 환자는 심전도 검사 및 운동 부하 검사, 경동맥 초음파검사를 시행해 조기 치료를 받아야 한다.
당뇨병이 있어도 진단 초기부터 적극적인 혈당 조절로 당화혈색소 6.5~7% 이하로 잘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함께 적절한 혈압 및 체중 관리, 동반된 이상지질혈증 치료, 규칙적인 운동ㆍ금연을 시행하면 합병증 없이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