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정몽구, 현대글로비스 지분 10% 칼라일에 매각, 왜?

입력
2022.01.05 18:54
매각대금은 약 6,113억 원
공정거래법 규제 대상 벗어나

현대글로비스가 약 10%의 지분을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인 칼라일그룹에 매각한다. 내부거래 규제를 강화한 공정거래법 개정안 시행에 맞춰 현대차그룹 오너 일가의 지분도 정리, 시장의 불확실성까지 해소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현대글로비스는 5일 공시를 통해 칼라일에 지분 약 10%를 약 6,113억 원에 매각한다고 밝혔다. 매각 지분은 정몽구 명예회장 지분 6.71%와 정의선 회장 지분 3.29%다. 정몽구 명예회장은 보유 지분 전량(6.71%)을 매각해 특별관계자에서 제외됐다.

이에 대해 지난달 30일부터 발효된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맞춰 현대차 오너 일가가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정리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대기업집단 소속 회사가 총수 일가 지분율이 30% 이상인 상장사(비상장 20%)에 부당한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했던 기존 공정거래법은 지난달 30일부터 상장사 지분 기준이 20%로 개정돼 요건이 강화됐다.

이전까지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현대글로비스 지분 29.99%를 보유했다. 이번에 칼라일그룹을 통해 지분 10%를 매각함으로써 정 명예회장과 정 회장의 지분은 19.99%로 내려갔다. 이에 따라 개정된 공정거래법의 규제 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매각으로 현대글로비스의 주주가치도 제고될 것"이라며 "시장 불확실성도 해소할 있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현대글로비스 최대주주는 지분 23.29%를 보유한 정 회장이다. 이어 정몽구 명예회장(6.71%), 현대차 정몽구 재단(4.46%), 현대자동차(4.88%), 노르웨이 해운그룹 빌 빌헴슨 아사의 자회사인 덴 노르스케 아메리카린제 에이에스(11%) 순으로 지분을 갖고 있다. 이번 거래가 완료되면 칼라일그룹은 현대글로비스의 6대 주주 지위에 오른다.

현대글로비스는 완성차의 해상운송과 자동차 부품 수출 등의 사업을 맡고 있다. 종합물류업과 유통판매업, 해운업 등이 주요 분야다. 이 부문이 현대글로비스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각각 32.70%, 52.80%, 14.49%다. 상장사인 현대글로비스의 시가총액은 5일 종가 기준 6조4,875억 원이다.

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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