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법 부장판사들의 명퇴

입력
2022.01.05 18:00
26면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검찰 조직의 검사장처럼 법원에서는 고등법원부장판사(고등부장)를 인사의 꽃이나 별로 친다. 일반 행정부처의 차관급으로 대우하는 고등부장을 120명 정도로 운영, 차관급 공무원이 가장 많은 조직이 사법부라는 말도 있었다. 하지만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이후 ‘법관 관료화의 주범’이라는 이유로 고등부장 승진 제도를 폐지했다. 100여 명 남은 고등부장 직위는 유지시켰지만 관용차는 없앴다. 고등부장의 영화는 옛말이 되고 말았다.

□ 대법원이 새해부터 명예퇴직 수당 지급 대상을 고등부장까지 확대, 이제는 고등부장도 명퇴 신청이 가능하게 됐다. 관용차량을 없애는 등 고등부장 처우가 급격히 낮아진 만큼 명퇴 수당 지급을 거부할 명분이 없다는 게 대법원 설명이다. 검찰에서는 2년 전 검사장급 이상 고위 간부 관용차량을 폐지하면서 검사장도 명퇴 수당을 받을 수 있도록 내규를 개정했다. 15호봉으로 묶여 있던 명퇴 수당 지급 대상을 확대하면 16호봉 직전 퇴직 러시가 감소, 평생법관 제도 취지도 살릴 수 있다고 한다.

□ 하지만 대법원 설명과 달리 법원 내부에서는 보수 성향이 강한 고등부장 밀어내기라는 반발이 감지되고 있다. 항소심에서 문재인 정부가 불편해할 수 있는 판결이 속출하자 명퇴 수당 카드로 100명 남짓한 고등부장의 퇴직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고등부장 재판장 좌우로 고등법원 판사를 배석시키던 기존 체제에서 고등부장 3명까지 한 재판부를 구성하는 ‘대등재판부’로 틀이 바뀐 데 이어 명퇴 대상까지 됐다는 자조의 목소리도 일부 터져 나오는 모양이다.

□ 무엇보다 고등부장 명퇴가 가시화하면 법관 부족 문제가 더욱 심화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지난해 전국 법원의 장기 미제사건 적체가 사상 최악을 기록할 정도로 법관 부족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고등부장 명퇴까지 유도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이른바 ‘사법농단’ 파동 이후 김명수 사법부가 법원장 추천제, 고등부장 폐지 등의 개혁을 단행할 때마다 법원 내부가 시끄러웠다. 김명수 사법부가 올해에는 어떤 개혁 카드로 법원 조직을 소란스럽게 만들지 걱정이라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김정곤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