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애 주연의 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사임당)가 4일 중국 TV에서 방송됐다. 2016년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로 중국이 한류를 규제하는 '한한령'을 내린 뒤 현지에서 한국 드라마가 전파를 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사임당'은 애초 2017년 한국과 중국에서 동시 방송될 예정이었으나, 중국 심의까지 마쳐놓고 한한령으로 돌연 현지 방송이 무산됐다. 한국 콘텐츠가 중국 대중에 공식적으로 노출되기는 지난달 현지 개봉한 영화 '오! 문희'에 이어 두 번째다.
한중 양국은 이달 화상정상회담을 열 가능성이 높아 이번 '사임당' 방송 조치도 외교 이벤트를 앞둔 분위기 조성 차원이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하지만, 한한령의 파고를 넘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5일 주중 한국문화원에 따르면 후난위성TV의 계열사인 지방 방송사 '후난오락'은 전날부터 사임당의 더빙 버전을 방송했다. 후난위성TV의 IPTV 채널인 '망고TV'도 이 작품의 중국어 더빙 버전을 올렸다. 지역 방송인 후난오락은 후난 지역에서만 볼 수 있지만 망고TV를 통해서는 중국 전역에서 볼 수 있다.
그룹에이트 고위관계자는 이날 본보와의 전화에서 "3주 전에 갑자기 '사임당' 중국 방송 문제로 현지에서 연락이 왔다"며 "후난오락을 비롯해 망고TV 등 3개 채널에서 3년간 '사임당'을 내보내는 내용의 계약서를 지난주에 보냈고, 갑자기 현지 재방영이 추진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임당'이 중국에서 방송된 것은 당일에야 알았다고 한다.
이번 현지 방송에 대한 저작권료는 따로 받지 않았다. 그룹에이트 고위관계자는 "제작 당시 양국 동시 방송을 전제로 사전 계약금을 받은 게 있다"며 "그 계약 기간은 지났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한국 드라마가 중국에서 자유롭게 방송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 추가 보수 없이 현지 방송을 허락했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지난달 3일 '오! 문희'를 베이징을 비롯한 전국 영화관에서 1,000회 가까이 상영했다. 전날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중국 텐진을 방문하기에 앞서 중국 국가영화국은 그간 중단했던 심의를 갑작스레 재개해 영화 상영을 속전속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