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패권 수호 이기적이고 부도덕… 韓, 대미 관계 균형 갖춰야”[신년 인터뷰]

입력
2022.01.05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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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中 전문가 신년 인터뷰]
우신보 中 푸단대 국제문제연구원장
"패권 갈등 원인은 美의 탄압과 봉쇄
 中, 정당한 권익 지키려 투쟁하는 것
 한국, 美中 사이에서 편들지 말아야
 민주주의·보이콧 공세 별 효과 없어"


패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 해를 넘어 계속되고 있다. 내달 베이징 동계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정부사절 없이 선수단만 참가)은 올해 미중 간 갈등과 긴장이 어느 수준까지 고조될지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한국일보는 대표적 미중 관계 전문가인 우신보 푸단대 국제문제연구원장을 5일 서면 인터뷰해 당면 현안과 중국 측 분위기를 조망해봤다. 우 원장은 "미중 갈등의 큰 원인은 미국의 전방위적인 탄압과 봉쇄”라며 “중국은 정당한 권익을 지키기 위해 결연히 투쟁을 벌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패권을 수호하고 중국의 기술진보를 극력 저지하며 경제·군사적으로 도전하지 못하게 막는 미국의 행위는 이기적이고 부도덕하다”고 지적했다.

우 원장은 특히 “한미일 협력이 중국의 이익에 손해를 끼치면 중국이 반드시 반응한다는 사실을 한국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면서 “한국이 대미 관계를 균형적으로 처리하는 것은 현명한 선택”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민주주의를 앞세운 미국의 대중 압박은 효과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외교적 보이콧도 베이징올림픽 성공 개최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_올해 미중 관계 최대 갈등요인은.

“미국은 부상하는 중국을 향해 정치·경제·기술·외교·군사 등 여러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패권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그로 인한 위험을 줄이려면 양국은 고위층 전략소통을 강화해야 한다. 미국은 특히 변화하는 현실에 적응해 중국의 발전을 막을 수 없음을 인식하고, 미국 중심의 단극 질서를 고집하지 않아야 한다.”

_미국 주도 민주주의 정상회의가 중국에 위협이었나.

“미국은 이데올로기 경쟁과 대결을 추구한다. 민주주의를 앞세워 중국을 고립시키려 한다. 하지만 많은 국가들이 중국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자신의 이익에 기반해 미국의 방침에 끌려 다니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미국은 국내 정치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_미중 정상 간 대면회담이 성사될까.

“전염병 통제가 관건이다. 또한 양국 간 적절한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미국은 중국을 존중하고 고위급 상호교류에 성의를 보일 필요가 있다. 정상회담이 만남을 위한 만남이 아니라 관계 개선과 발전에 긍정적 역할을 해야 한다.”


_미중 무역협상 1단계 합의 이후 2년간 답보상태인데.

“바이든 정부의 대중 압박 초점은 과학기술 분야다. 대규모 무역전쟁이 재연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다만 미국 국내정치 제약으로 인해 과거 트럼프 정부가 올린 관세를 낮추거나 취소하긴 어렵다.”

_’오커스(AUKUS)’ 출범이 중국 안보전략에 미친 영향은.

“미국과 영국이 호주에 핵잠수함 기술을 제공한다면 핵확산 위험을 초래할 것이다. 이들 3국은 특히 남중국해와 대만에서 중국을 겨냥한 군사행동을 강화할 요량이다. 지역 긴장 국면을 격화시키고 중국의 안보이익에 도전하는 행위다.”

_서구 5개국 기밀정보동맹 ‘파이브 아이즈’가 역할을 확대하는데.

“파이브 아이즈는 냉전시대의 산물이다. 갈수록 중국을 겨누면서 협력 범위를 정보 분야 이외로 넓히고 있다. 중국은 이러한 냉전의 화석이 부활하는 것을 단호히 반대한다. 중국은 5개 회원국의 태도에 맞춰 그들과의 관계를 각각 처리할 것이다.”

_중국에 맞선 한미일 군사협력이 강화된다면.

“미국은 한국을 한미일 공조와 인도·태평양전략에 끌어들이려 한다. 한국은 미국의 보호가 필요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호응하지 않을 수 없다. 각자의 국가이익에 따라 미국은 한국을 이용하고, 한국은 신중한 접근을 견지해야 한다. 중국에 대응한 군사협력체에 가입하는 건 한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 중국이 이를 비우호적이고 적대적인 행동으로 여기는 것은 당연하다.”


_대만을 둘러싼 군사충돌 우려가 커지는데.

“미국은 남중국해와 대만해협에서 중국에 대한 군사적 압제와 도발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과 군사적 충돌을 원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충돌을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중국은 미국의 군사압박을 막아내고 핵심 국가이익을 지킬 결의와 능력을 갖췄다.”

_일본이 대만 문제에 부쩍 강경 목소리를 내는데.

“일본의 지정학적 계산이 깔려 있다. 일본은 과거 대만을 점령한 적도 있다. 대만 지원 강도를 높여 중국을 압박하려 한다. 일본은 중국의 통일을 원하지 않는다. 중국은 필요할 경우 일본을 일깨워줄 것이다. 중국의 핵심이익에 대한 도전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_한반도 종전선언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한국전쟁 당사자인 중국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종전선언을 적극 지지한다. 건설적 역할을 할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별로 적극적이지 않다. 한국과 미국은 종전선언의 순서와 시기, 전제조건에서 입장이 다르다. 한국은 한반도 긴장완화와 남북관계 개선, 미국은 북한 핵 프로그램에 더 관심이 많다.”

_한국은 경제는 중국, 안보는 미국에 의존하는데.

“미국은 패권을 지키려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을 강화하면서 한국을 포함한 다른 국가들에 미국 편을 들도록 요구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패권을 도모하지 않고 자국 편에 서도록 요구하지도 않는다.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어느 편을 들지 않길 바랄 뿐이다. 세계가 더 이상 분열과 대결의 길로 빠져들어서는 안 된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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