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동생, 대표를 '좋은 사람'이라 했다"… 스포츠센터 엽기살인 동기 미스터리

입력
2022.01.04 20:00
주변 "피해자, 한씨 밑에서 3년간 원만히 일해"
범행 직전 한씨가 피해자에 욕설한 정황도

엽기적인 방법으로 직원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스포츠센터 대표 한모(41)씨가 피해자 A씨와 평소 원만한 관계였던 걸로 알려지면서 범행 동기와 경위를 둘러싼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4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한씨와 A씨는 스포츠센터 대표와 부하 직원으로 3년간 함께 일해왔고 특별한 갈등이 없었다는 것이 주변의 증언이다. 한씨는 서울 용산구에서 센터를 운영하다가 지난해 초 지금의 서대문구 건물로 이전했는데, A씨는 용산구 시절부터 한씨와 일했다고 한다. A씨는 센터에서 '과장'으로 불렸고, 강사 채용 절차를 담당하는 등 직원 4명 가운데 수석 역할을 맡았다고 한다.

이 센터에서 행정사무 직원으로 근무했던 박모씨는 "피해자가 열심히 일했고 한씨와 평소 대화를 많이 하고 유대감이 깊어보였다"며 "이런 일이 있을 만한 트러블이 없어 보였던 터라 지금도 납득이 안 된다"고 말했다. 한씨에 대해선 "술을 좋아하긴 했지만, 평소에 주변을 잘 챙기고 싫은 소리는 못하는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박씨에 따르면 한씨와 직원들은 가끔 술자리를 겸한 회식을 해왔다.

유족도 A씨와 한씨의 사이가 나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A씨 누나는 "동생이 (한씨에 대해) 부정적인 얘기는 안 했다"며 "(오히려) '명절이나 생일을 잘 챙긴다' '사람이 좋다'고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한씨의 범행 동기를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한씨는 경찰 조사에서 "(사건 당일) 경찰에 신고했던 것과 출동한 경찰관에게 화를 낸 것이 기억난다"며 "A씨가 음주운전을 하려고 해 이를 말리다가 폭행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당시 만취 상태여서 나머지 상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한 걸로 알려졌다. 한씨는 지난달 31일 오전 2시쯤 센터에서 "어떤 남자가 누나를 때리고 있다"고 허위 신고를 했다가 출동한 경찰들을 돌려보냈고, 7시간이 지난 오전 9시쯤 '같이 술을 마신 A씨가 의식과 호흡이 없다'고 신고해 체포됐다.

"피해자 옆에서 '이 ××야' 욕설"

사건 당시 한씨가 A씨에게 욕설을 한 정황도 나타났다. 30일 밤 A씨의 호출을 받았던 대리기사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고객(A씨)이 위치를 설명하지 못하겠다고 해서 20~30분 헤매다가 콜을 취소했다"며 "통화 도중 고객 옆에서 누군가 얘기하는 게 들렸다"고 말했다. 40대로 추정되는 남성이 고객에게 '너 집이 어디냐고 이 ××야' '야 너 집에 가려면 똑바로 있는 위치를 알려줘야 기사가 오시지'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대리기사는 "격앙되거나 장난하는 건 아니고 약간 짜증을 내는 목소리였다"고 말했다.

유족은 이날 참고인 조사를 받기 위해 서대문경찰서에 출석하면서 경찰의 초동 수사를 재차 비판했다. A씨의 부친은 취재진에 "(경찰이)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봤으면 아들이 살아있을지 모른다"며 "이 추운 겨울에 하의가 벗겨져 있었다고 하면 그것부터 미심쩍게 생각했어야 한다"고 성토했다. 경찰이 사건 당일 1차 출동 때 하의가 벗겨진 채 센터 바닥에 반듯이 누워있는 A씨를 발견하고도 맥박, 체온 등만 확인하고 철수한 점을 지적한 것이다.

A씨 누나는 "(CCTV) 영상을 보니 (경찰이) 애를 깨워서 확인하려는 게 아니라 숨을 쉬는지 안 쉬는지만 확인한 것처럼 보였다"며 "가족에게 전화를 안 주더라도 구급차라도 불렀으면 가슴이 덜 답답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도형 기자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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