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의 아이폰, 세계인의 플랫폼으로… 애플, '몸값 3조달러' 신화를 쏘다

입력
2022.01.04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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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애플사의 기업가치(시가총액)가 세계 최초로 3조 달러(약 3,580조 원)를 돌파했다. 한 기업의 몸값이 우리나라 예산(올해 607조 원)의 6배에 육박하는 셈이다.

애플은 2011년 창업자 스티브 잡스 사망 후 "누구도 잡스를 대체할 수 없다"는 우려를 딛고, 새 최고경영자(CEO) 팀 쿡 체제에서 더 크게 도약하고 있다. 시총 2조 달러를 돌파한 지 불과 16개월 만에 '꿈의 3조 달러'까지 넘어선 애플의 행보가 자본주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영국 경제보다 큰 애플 몸값

애플 주가는 올해 뉴욕증시 거래 첫날인 3일(현지시간) 2.5% 오른 182.01달러에 마감했다. 장중엔 역대 최고인 182.88달러까지 치솟으며 시가총액이 3조 달러 선을 넘어섰다.

애플은 이를 두고 "환상적인 성취"라며 자평했다. 미국 언론도 "애플이 세계에서 가장 가치있는 회사에 도달했다"고 보도했다.

실제 '시총 3조 달러'는 세계 기업사에 길이 남을 발자취로 평가된다. 단일 회사의 기업가치가 세계 5위 경제 대국 영국의 경제규모(국내총생산·2조6,382억 달러)를 훌쩍 뛰어넘는다. 우리나라 올해 예산(607조 원)에 견줘선 6배나 많고, 한국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시총 469조 원)의 8배 가까이 비싸다.

아이폰 출시 후 주가 5800% 올라

애플도 시작은 벤처기업이었다. 1976년 스티브 잡스가 컴퓨터 동호회에서 만난 5살 위 스티브 위즈니악과 집 차고에서 창업했다. 애플이란 회사명도 잡스가 사과 과수원을 다녀온 뒤 붙인 이름이다.

애플은 1980년 증시 입성 때도 투자자에게 재미없는 주식으로 통했다. 잡스가 1985년 회사에서 쫓겨나고, 12년 뒤 다시 CEO 자리를 되찾는 등 크고 작은 어려움 속에 주가는 20여 년간 1~5달러 수준을 맴돌았다.

주가 점프의 첫 계기는 아이폰이었다. 2007년 1월 9일 선보인 첫 스마트폰 '아이폰1세대' 출시 이후 애플 주가는 15년 동안 무려 5,800%나 올랐다.

2011년 창업자인 잡스가 사망했을 때 시장에선 애플의 질주가 끝났다는 비관론이 잇따랐다. 당시만 해도 '잡스의 애플'로 통할 만큼 누구도 잡스를 대체할 수 없을 거란 평가가 팽배했다. 잡스 뒤를 이은 팀 쿡(티머시 쿡)을 두고 "화려한 왕관을 썼지만 그는 어쩌면 가장 불운한 CEO"란 시장의 평가가 나온 배경이다.

팀 쿡이 이끈 제2의 도약… 비결은?

하지만 팀 쿡은 보란 듯이 반전을 이끌어 냈다. 팀 쿡은 시장의 우려에 "누구도 잡스를 대신할 수 없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이라며 나름의 방식을 밀어붙였다. "스마트폰은 한 손으로 조작 가능해야 한다"던 잡스의 고집을 버리고 아이폰 크기를 키웠고, 제품만 파는 제조사에서 앱스토어, 애플뮤직, 아이클라우드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회사로의 변신을 꾀했다.

지금은 애플 서비스에 돈을 쓰는 사용자만 10억 명에 이른다. 팀 쿡 취임 8년 10개월 만인 2020년 8월 애플은 세계 최초로 시총 2조 달러를 넘어섰고, 불과 16개월 여 만인 이날 3조 달러까지 돌파했다.

애플은 지금도 성장을 꿈꾼다. 자율주행 기반의 애플카, 증강현실(AR) 기기 등은 미래 신사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애플의 2020년 매출(약 326조 원)은 삼성전자(236조 원)보다 겨우 1.3배 많지만, 시장의 기대치가 더해진 주가는 애플이 압도적인 이유다.

다만 애플의 미래도 확실하지는 않다. 시장 독점 우려 때문에 대규모 인수가 쉽지 않은 데다, 각국 정부의 집중 견제로 성장세가 꺾일 거란 평가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반도체 칩 부족, 금리 상승 전망으로 일부에서 우려가 나온다”며 “투자자들은 꾸준한 성장을 유지할 애플 신제품의 잠재력, 강력한 현금 보유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동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