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공작’ 속 北 공작원 리호남, 日 기업 이용해 외화벌이”

입력
2022.01.04 11:11


중국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북한 공작원 리호남이 일본 기업을 활용해 외화벌이를 한 혐의가 있다고 일본 경찰 당국이 인정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4일 보도했다. 리호남은 ‘흑금성 사건’을 바탕으로 한 영화 ‘공작’에서 한국 측 공작원과 접촉하는 베이징 주재 북한 고위간부로 등장하는 ‘리명운’의 실제 인물이다.

보도에 따르면 일본 경시청 공안부는 한국 당국으로부터 2017년쯤 리호남과 일본 기업과의 접점에 대한 정보를 입수해 수사했으며, 최근 ‘첩보(스파이)사건’으로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관련 첩보사건 인정은 전후 54건째로, 이 중 외화벌이와 관련한 첩보사건은 처음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복수의 수사 관계자에 따르면 60대 남성 리호남은 북한 대외공작기관인 정찰총국 소속으로 외국투자를 관할하는 대외경제부 간부 등 복수의 직함을 갖고 있다. 공안부는 2020년 가을 도쿄도내 무역회사의 관계처를 난민법 위반 용의로 압수수색했는데, 리호남이 이 무역회사 관계자와 연락을 지속해 외화벌이를 하고 있던 혐의가 드러났다.

일본 경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이 무역회사가 2014~18년쯤 리비아의 중유나 러시아의 액화천연가스(LNG)를 매입해 전매한다는 내용의 계약서와, 이 거래액의 일정 비율을 리호남에게 중개 수수료로 지불한다는 내용의 서류 등을 압수했다. 당국은 중개수수료가 리호남이 리비아 등 정부 관계자에게 거래를 제의하고 성사됐을 경우 받는 보수에 해당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은행계좌 등을 수사했지만 실제로 중유 등이 제3국에 수출됐는지와 리호남 측으로 자금이 건너갔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무역회사 관계자가 계약 시기를 전후에 러시아에 건너간 기록이 있고, 리호남에게 “송금이 늦어질 것”이라고 통보한 이메일도 발견됐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외화벌이 활동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첩보사건으로 인정했다. 하지만 이 무역회사 관계자는 리호남과 “중국에서 여러 차례 만났다”고 인정하면서도 “어떤 인물인지는 몰랐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리비아 중유나 러시아 LNG 등 거래도 하고 있지 않다”고 부인했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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