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등 핵무기 보유 5개국 정상들이 핵전쟁 방지와 군비 경쟁 금지를 약속하는 공동성명을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성명에서 “핵전쟁에 승자가 있을 수 없고 결코 싸워서도 안 된다”면서 “핵무기는 그것이 존재하는 한 방어적 목적과 침략 억제, 전쟁 방지에 기여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정상들은 또 “양자 및 다자간 핵무기 확산 금지, 군축, 군비 통제 협정 및 약속을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우리는 각자 핵무기 무단 사용 및 의도하지 않은 사용을 방지하기 위한 국가적 조치를 유지하고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핵무기가 상대방 또는 다른 국가를 목표로 삼지 않는다는 점을 재확인한다”고 명시했다.
이번 공동성명은 4일 미국 뉴욕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핵확산금지조약(NPT) 재검토 회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확산 우려로 재차 연기된 상황에서 나왔다. 앞서 지난달 27일 유엔은 당사국에 회의 연기 권고안을 발송했다. 외신들은 성명에 대해 “매우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정상들은 “핵무기 없는 세상이라는 궁극적 목표와 함께 군축 추진에 도움이 되는 안보 환경을 만들기 위해 모든 국가들과 협력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우리는 군사적 대립을 피하고,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강화하며, 상호 이해와 신뢰를 높이고, 아무에게도 득이 되지 않을뿐더러 모두를 위험에 빠뜨리는 군비 경쟁을 막기 위해 양자 및 다자 간 외교적 접근을 계속 추구할 것”이라며 “서로 안보 이익과 우려를 인정하면서 건설적인 대화를 추구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외교적 해법과 대화를 강조한 대목은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 상황이라 특히 주목된다. 이달 10일 미국과 러시아는 갈등 해소를 위해 고위급 실무 협상을 시작할 예정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동진 중단과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금지 등 러시아가 제안한 안전 보장 방안이 논의된다. 곧이어 12일에는 나토가, 13일에는 유럽안보협력기구(OSCE)가 각각 러시아와 회의 테이블에 마주 앉는다.
이번 공동성명은 러시아가 주도해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외무부는 이날 “현재의 어려운 국제안보 환경에서 (공동성명과 같은) 정치적 성명 승인이 국제적 긴장 완화에 기여하길 바란다”고 논평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도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러시아는 세계 주요 핵강국들 정상회의가 여전히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