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론 연봉만 많이 주면 구단 의지대로 선수를 다른 구단에 이적시킬 수 있었던 일이 불가능해진다. 축구활동과 관계없이 모든 초상권을 구단에 귀속시켰던 불공정약관도 시정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2개 프로축구 구단이 사용하는 선수계약서를 심사해 선수의 이적 거부, 초상권 귀속 등 다수의 불공정약관을 바로잡았다고 3일 밝혔다.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가 2019년 12월 불공정약관 심사를 청구한 지 2년 만에 나온 조치로, 새로운 약관은 올해 리그부터 적용된다.
우선 앞으로는 구단이 선수를 강제 이적시킬 수 없게 된다. 이전까진 ‘이적 조건 중 연봉이 이전 계약보다 유리한 경우 선수가 이적을 거부할 수 없다’고 규정해왔다. 연봉만 맞춰준다면 상위리그인 K1리그에서 뛰는 선수가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하위리그인 K2리그로 이적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양수 구단이 선수에게 제시한 조건이 현재 계약보다 불리한 경우 선수가 이적을 거부할 수 있도록 시정했다.
선수의 모든 초상권을 구단에 귀속시켰던 조항도 수정된다. “초상권 자체를 귀속시키는 조항은 선수의 법률상 권리를 상당히 제한한다”는 이유에서다. 개정된 조항은 구단이 사용할 수 있는 선수의 퍼블리시티권을 경기·훈련·팬서비스·홍보 활동 등 계약기간 내 선수 활동에 한정하기로 했다. 퍼블리시티권은 선수의 이름과 초상 등을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일컫는다.
이와 함께 선수가 대중매체에 출연하거나 자신의 초상을 사용할 때 일일이 구단의 서면 동의를 받도록 한 조항도 개정된다. 선수의 대중매체 출연으로 경기력 저하가 우려되거나 구단·연맹의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행위가 명백한 경우에만 구단이 이를 제한할 수 있도록 했다. 초상권 사용에 대한 구단의 서면동의 조항은 아예 없앴다.
공정위는 “불공정약관 시정으로 프로스포츠 분야에서 선수와 소속팀 간의 공정한 계약 문화가 정립되고 선수들의 권익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