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22사단’이 문제였다. 지난해 북한 주민의 ‘헤엄 귀순’ 악몽이 가시기도 전에 강원 고성의 육군 22사단이 1일 또다시 월경 경계에 실패했다. 군 전문가들은 경계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를 바로잡지 않는 한 유사 사건은 반복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22사단은 잦은 경계실패로 군 지휘관도 자주 바뀌어 ‘별들의 무덤’이라는 오명이 붙은 부대다. 2012년 10월 북한군 병사가 비무장지대(DMZ)를 넘어 동해선 경비대 출입문을 두드린, 이른바 ‘노크 귀순’ 사건이 대표적이다. 당시 군이 북한군 병사의 침입을 눈치채지 못한 탓에 해당 병사가 일반전초(GOP) 생활관까지 가서 출입문을 두드린 뒤에야 신병이 확보됐다. 2020년 11월에는 북한 남성이 철책을 넘어 월남했고, 지난해 2월에는 또 다른 북한 남성이 고성 통일전망대 인근 해안에 오리발을 착용하고 뚫린 배수로를 통해 귀순하기도 했다. 월남ㆍ월북 가리지 않고 철책이 계속 뚫린 것이다.
내부 인명사고도 끊이지 않았다. 2014년 6월 GOP에서 동료 병사들에게 수류탄을 터뜨리고 총기를 난사해 12명의 사상자를 낸, 임모 병장 사건의 무대도 22사단이었다. 2017년 7월에는 선임병의 구타와 가혹행위를 견디지 못한 병사가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했다.
22사단의 폐단은 근본적으로 ‘업무 과부하’를 부르는 경계 체계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많다. 22사단은 전군에서 유일하게 비무장지대 감시초소(GP)와 GOP 등 전방과 해안 경계를 동시에 맡고 있다. 책임 구역만 육상 30㎞, 해안 70㎞ 등 100㎞에 이른다. 다른 GOP 사단이 25~40㎞ 정도를 담당하는 것과 비교해 매우 넓다. 그런 데도 병력 규모는 다른 사단급 부대처럼 1만2,000여 명에 불과해 구멍이 생길 수밖에 없다.
군 당국도 손을 놓고 있었던 건 아니다. 지난해 3월 22사단의 방대한 작전 범위를 감안, 경계구역에 인공지능(AI)에 기반한 과학화경계시스템 사업을 추진하기로 하고, 일부 구역에 시범운영을 진행했다. 감시 장비가 노후화돼 오작동이 많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22사단 상급 부대인 8군단 해체도 미뤄졌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발생 당시 광망(철조망 감지센서), 폐쇄회로(CC)TV 등 과학화 경계시스템 장비들이 정상 작동했다는 점에서 첨단기술에만 의존해선 물샐틈없는 감시 태세를 유지할 수 없다는 교훈을 줬다. 양욱 한남대 국방전략대학원 겸임교수는 2일 “모자란 인력을 보강하기 위해 과학화 경계를 강조하고 있지만 인적ㆍ기술적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전문인력 확충과 관련 기술 예산 확보가 시급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