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츠가 해외 시장으로 영토를 빠르게 넓히면서 제작 방식이 급변하고 있다. 영어에 능통한 한류 스타를 내세우는 식의 어정쩡한 현지화 전략 대신 한국적 색채에 집중한 콘텐츠를 만들거나 아예 미국 드라마 외관을 띤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스튜디오 드래곤은 미국 유명 제작사 스카이댄스 미디어와 공동으로 10부작 드라마 '더 빅 도어 프라이즈'를 제작하고 있다. 동명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지며 에미상 수상 작가 데이비드 웨스트 리드가 극본을 맡았다. 글로벌 정보기술(IT)기업 애플이 운영하는 동영상 온라인 서비스(OTT) 애플TV플러스에서 방영된다. 한국 제작사가 리메이크가 아닌, 온전한 미국 드라마 제작에 참여하는 것은 '더 빅 도어 프라이즈'가 처음이다. 스튜디오 드래곤 측은 "이외에도 글로벌 프로젝트를 20개 넘게 추진 중"이라며 "10편 정도는 글로벌 플랫폼을 대상으로 투자 유치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0년대까지 K콘텐츠의 해외 진출 방식은 합작이었다. 중국 또는 일본과 손잡고 시장 확대를 도모했다. 중국 스타 판빙빙, 일본 유명 배우 오다기리 조, 한류 스타 장동건이 출연한 '마이웨이'(2011)가 대표적이다. '설국열차'(2013)는 크리스 에번스와 틸다 스윈튼 등 미국과 영국 배우를 대거 캐스팅해 해외 관객을 끌어들이려 했다.
하지만 최근엔 해외 유명 배우를 끌어들이는 식의 제작 방식은 자취를 감추고 있다. 영화 '기생충'과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지옥' 등이 '1인치의 장벽'(자막)을 잇달아 무너뜨리면서다. 해외 관객이 한국어에 익숙해지고, 자막 있는 K콘텐츠 보기를 마다하지 않는다는 확신이 생겨났다. 한 드라마 관계자는 "예전엔 영어를 할 수 있는 한류 스타를 캐스팅하는 게 글로벌 프로젝트의 시작으로 여겨졌다"면서 "이제는 어떤 콘텐츠로 어떤 플랫폼을 공략할 것인가가 중요한 요소가 됐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