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료 인상률이 가입 시점에 따라 평균 8.9~16% 오르게 되자, 소비자 부담 확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손보험료 인상은 보험사의 만성 적자를 해결하기 위한 궁여지책이지만, 매번 피해는 병원을 적게 이용하고도 요금을 더 내야 하는 대다수 가입자에게 돌아가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소비자 부담을 줄이려면 실손보험 적자 원인인 비급여 과잉 진료에 가격 상한선을 설정하는 등 직접적이고도 더 강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실손보험 1세대(2009년 9월까지 판매), 2세대(2009년10월~2017년 3월) 요금 인상 폭은 16%로 정해졌다. 지난 6월까지 팔린 3세대 실손보험 요금은 '안정화 할인 특약' 종료로 8.9% 오른다.
특히 보험료가 상대적으로 비싼 대신 자기부담금이 없거나 적은 1, 2세대 상품은 보험료가 4년 연속 9.9% 이상 뛰었다. 이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손해율이 131.0%에 달하는 실손보험 적자를 메우기 위한 처방이다. 손해율 131.0%는 보험사가 보험료 100원을 받아 보험금으로 131원을 지급하고 있다는 의미다.
실손보험 적자는 '의료 쇼핑족'과 비급여 진료를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는 일부 의료기관의 합작품이다. 애초에 과잉 진료 제어 수단을 담지 못한 채 실손보험 상품을 설계한 보험업계 잘못 역시 크다. 허술한 실손보험 체계를 파고들어 지난해 한 30대 남성은 비급여 진료인 도수 치료를 250차례 넘게 받아 보험금 7,419만 원을 타기도 했다. 그가 낸 연 보험료는 34만8,000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실손보험 적자에 따른 뒷감당은 문제를 일으킨 일부 가입자·의료기관·보험사 대신 보험금을 많이 청구하지 않은 대다수 가입자가 하고 있다. 가입자만 2,700만 명인 1, 2세대 가입자 중 올해 5년 주기의 보험료 갱신 시점이 도래한 경우, 요금은 50% 가까이 뛸 전망이다.
문제는 실손보험 적자가 심화되고 이에 따른 보험료 인상 폭도 커지고 있는데, 이에 대한 해결책은 선량한 가입자만 손해보는 '보험료 인상'으로 귀결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금융당국과 보험업계는 수년째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보험료 인상률'만을 놓고 줄다리기하고 있다. 1~3세대 가입자가 지난 7월 나온 4세대 실손으로 전환하면 1년간 보험료를 50% 깎아주기로 했지만 실손보험 적자를 해소하기엔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1~3세대 가입자가 갈아타기에는 4세대의 상품 가치가 떨어져서다.
전문가들은 실손보험 적자의 주 원인인 비급여 진료 가격 통제 등 더 강력한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의료계가 수익 감소 등으로 이에 반대하고 있지만, 병원마다 제각각인 비급여 가격을 관리해야 과잉 진료 유혹을 차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의료계에 양보만 요구하기보다 보험사에 더 센 책임을 부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입자에게 비용 전가를 하는 대신 보험금 과다 청구를 하는 의료 쇼핑족에 대해 치료비가 적절한지 정밀 심사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손해보험연구실장은 "비급여 진료비 상한선 설정, 진료 횟수 제한 등으로 불필요한 치료를 막아야 실손보험 적자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