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 이루는 환자 70만 명… 뇌졸중·심근경색 노출 위험

입력
2021.12.31 19:03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는 수면장애로 병원에서 진료받은 환자는 지난해 67만여 명에 달한다(국민건강보험공단). 수면장애 환자는 최근 5년간 연평균 7.9% 늘면서 올해에는 7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최윤호 인천성모병원 뇌병원 신경과 교수는 “국민 대다수가 한 번쯤 불면증에 시달려봤고 코 고는 사람의 절반 정도는 수면무호흡증”이라며 “잠이 부족하거나 수면 질이 나빠지면 신체와 정신 활동에 문제가 생길 뿐만 아니라 뇌졸중ㆍ심근경색ㆍ부정맥 같은 심ㆍ뇌혈관 질환에 노출될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했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는 원인 파악해야

수면장애는 우리가 잠을 준비하는 시간부터, 자는 동안, 그리고 주간 생활에 이르기까지 수면과 관련돼 나타나는 모든 문제를 말한다.

수면장애에는 잠들기 어렵거나 자주 또는 일찍 깨는 불면증, 코골이나 무호흡 등이 나타나는 수면 관련 호흡장애, 기면증(嗜眠症)을 포함하는 과다졸림장애, 하루 주기 리듬과 맞지 않아 나타나는 불규칙한 수면각성장애, 몽유병이나 렘(REM)수면행동장애 등과 같은 사건수면, 하지불안증후군ㆍ이갈이 등으로 대표되는 수면 관련 운동장애 등이 포함된다.

최윤호 교수는 “수면장애를 극복하려면 이를 질환으로 인식하고 병원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잠을 왜 자지 못하는지, 오래 자도 피곤한지, 자면서 왜 자꾸 깨는지 등을 정확히 알아야 치료를 제대로 할 수 있다”고 했다.

수면장애는 사람마다 발생 원인과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어느 특정한 증상이나 특징만으로 문제를 진단할 수 없다. 정밀한 검사와 진단을 통한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수면 다원 검사로 진단 가능해

수면장애 진단을 위해서 병원을 찾으면 먼저 철저한 병력 청취와 문진, 신경학적 진찰이 이뤄진다. 이후 시행하는 검사나 수면일기, 각종 설문지 등은 잠정 진단을 확인하고 검증하는 절차라고 볼 수 있다.

또 다른 원인에 의한 2차적 불면증이나 기타 수면 질환 여부를 감별 진단하기 위해서는 수면 다원 검사가 필요하다.

이 검사는 몸에 각종 센서를 부착하고 검사실에서 실제로 하룻밤을 자면서 수면의 단계와 각성, 호흡, 맥박, 근긴장도나 움직임 등을 살피게 된다.

아울러 사건 수면 감별을 위해 비디오-뇌파 검사를 추가하기도 하고, 기면증 등 과다 수면에 대한 진단을 위해 다음날 반복적으로 낮잠을 시도하는 다중 입면 잠복기 검사가 진행되기도 한다.

◇체중 감량ㆍ금주부터 시작해야

수면장애는 원인에 따라 다양한 치료가 진행된다. 가장 흔한 수면장애인 불면증은 수면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자신의 잘못된 수면 습관이나 믿음을 교정하는 인지 행동 치료가 기본이다.

일부 수면의학 전문의와 상의해 수면제를 적절히 사용하기도 하지만 그 효과가 일시적이고 수면무호흡, 수면 관련 운동장애 등 다른 수면장애라면 증상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

수면무호흡증은 먼저 체중 감량, 금주, 옆으로 누워서 자기 같은 치료를 시도한 후 상기도 양압 치료를 우선적으로 시행한다. 양압기는 휴대가 가능해 사용이 쉽고 자는 동안 마스크를 통해 공기를 압축해 넣어주므로 기도가 막히지 않도록 한다. 사용만 잘하면 90% 이상의 치료 성공률을 보인다. 이외에 일부 환자에서는 수술과 구강 내 기구 등을 특수 치료법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다리 불편감이나 고통스러운 느낌으로 나타나는 하지불안증은 특히 철분 대사와 뇌 도파민계 이상으로 증상이 나타나므로 도파민 작용제 등 약물 치료를 통해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

몽유병ㆍ야경증 등 다양한 수면 중 이상행동은 수면 중 발작이 빈번한 뇌전증과 감별이 필요하다. 꿈과 관련해 잠꼬대가 심하고 과격한 행동을 하는 렘수면행동장애는 치매ㆍ파킨슨병 등 퇴행성 뇌 질환의 선행 또는 동반 증상일 수 있는 만큼 정확한 확인이 필요하다.

최윤호 교수는 “2018년 7월부터 수면 관련 호흡장애나 과다 수면의 경우 수면 다원 검사와 양압기 치료에 건강보험이 적용되면서 수면 관련 검사와 치료를 더 쉽게 받을 수 있다”며 “일상생활뿐 아니라 다양한 질환과 관련된 수면장애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건강한 수면을 위해서는 같은 시간에 잠자리에 들고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는 것이 중요하다. 잠자는 환경은 조용하고 환하지 않도록, 너무 덥거나 춥지 않도록 한다.

또 낮 시간이나 햇빛이 비치는 시간대에 30분에서 1시간 정도 규칙적으로 운동을 한다. 카페인이 들어 있는 음료나 음식을 피하고, 자기 전에 흡연이나 음주는 삼간다. 과도한 스트레스나 긴장, 배고픔이나 과식을 피한다. 잠자기 전 따뜻한 우유 한 잔이나 치즈는 숙면에 도움이 된다.

최윤호 교수는 “술은 처음에는 수면을 유도하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잠을 자주 깨게 하고 수면무호흡증을 악화시킨다”며 “잠이 오지 않을 때는 잠자리에서 일어나 다른 장소로 이동해 독서를 하거나 라디오를 듣는 등 비교적 자극이 적은 일을 하다가 잠이 오면 다시 잠을 청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