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살 또 먹어요? 모두를 헷갈리게 하는 한국식 '세는 사이'는 언제까지

입력
2022.01.01 15:00
'한국식 나이'를 둘러싼 끊이지 않는 논쟁 
일상 생활과 공문서에서 사용하는 나이 달라
'세는 나이' 한국에만 존재해 외국인들 혼란 
고유 문화로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새해에 스물세 살? 스물네 살? 이런 거 혼란스럽네요." 한국에 온 지 4개월 된 태국인 야야(Yaya)씨는 1월 1일에 나이를 먹는다는 게 아직도 이상하다. 2000년생인 야야씨는 스스로 스물한 살로 생각하고 있었다. 한국에 오니 갑자기 스물두 살이 되더니 새해라고 나이를 또 먹는다. 태국 친구들에게 이야기할 엄두도 못 냈다. 자신도 제대로 이해를 못해 친구들을 더 혼란스럽게 만들 거 같았기 때문이다.

한국에는 세 가지 나이 계산법이 존재한다. ①일상생활에서 주로 사용하는 출생 연도부터 한 살이 되고 새해마다 한 살씩 느는 한국식 연령 계산 방법인 '세는 나이', ②민법 등의 법률관계에서 태어난 날부터 연령을 계산하는 '만 나이', ③청소년 보호법과 병역법에서 사용하는 현재 연도에서 태어난 연도를 뺀 '연 나이'이다.



한국 나이(Korean age)...외국인에겐 너무 낯설다

'세는 나이'를 사용하는 국가는 전 세계에 한국뿐이다. 과거 중국, 일본, 베트남 등 일부 국가에서도 썼지만 사라졌다. 외국인에게는 낯선 개념이다보니 한국식 나이(Korean Age)를 설명해주는 영상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홍콩의 주요 일간지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South China Morning Post)는 유튜브 채널에 '한국에서는 12월 31일에 태어난 아이는 다음날 두 살이 된다'는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한국식 나이와 관련된 영상의 댓글에서 외국인들은 "(한국의) 모든 사람이 1월 1일에 자신의 생일을 축하하네"(RJ**), "그래서 한국인은 1월 1일에 축하한다는 거야 아니면 아직도 태어난 날을 지킨다는 거야?"(Bri**), "불필요하게 복잡해 보인다"(cheese******)며 혼란스러워했다.

외국인들은 한국에서 나이를 묻는 질문에 어려움을 겪는다. 1999년생 콩통(Khontong)씨 나이를 대답할 때마다 헷갈렸다. 결국 태어난 연도를 말하는 방법을 택했다. 또 "태국 나이는 스물두 살, 한국 나이 스물세 살이에요"라며 나눠 말하기도 했다. 2000년생 중국인 유페이(YUFEI)씨는 한국인과 만날 때 자신을 스무 살이라고 소개했다. 그러자 주변 한국 지인들이 모두 스물두 살이라고 해서 놀랐다고 한다. "분명히 스무 살인데 그때 좀 혼란스러워요." 중국에서는 줄곧 '만 나이'를 썼기 때문이다.

한국에 오기 전 한국식 나이를 공부해 오는 경우도 흔하다. 교환학생으로 한국에 온 일본인 히나코(21)씨는 본국에서 한국어를 배울 때 한국식 나이를 함께 배웠다고 했다. 하지만 여전히 이해하기 어렵다.



"족보 브레이커 소리 그만 듣고 싶어"

세는 나이에 맞춰 호칭을 정리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보니 빠른년생들은 고민이 커지기도 한다. 빠른년생이란 1, 2월에 태어나 학교를 한 해 일찍 들어간 사람이다. 초·중·고 재학 동안 자신보다 한 해 먼저 태어난 사람과 같은 반 친구로 지내게 된다. 현재 빠른년생을 만든 제도는 없어졌다. 2009년부터 개정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1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 출생한 아동이 같은 학년으로 입학한다.

하지만 기성 세대들은 여전히 빠른년생이 존재하다보니 여전히 학년에 따른 나이와 세는 나이 사이에서 난감하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사회에서 만난 빠른년생 동기와 호칭을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다는 게시글이 꾸준히 올라오기도 했다.



태어나자마자 한 살...12월 대신 이듬해 1월 출산으로?

일상생활에서 상용되는 한국식 나이 계산법으로 12월에 태어난 아이는 태어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두 살이 된다. 이 때문에 12월 출산을 아쉬워하거나 이듬해 1월로 미뤄지기를 원하는 부모도 있다. 자녀가 또래보다 발육이나 학습 능력이 뒤처질까 우려해서다. 통계청 인구동향조사에 따르면 올 1월 출생아 수는 지난해 12월에 비해 약 1.3배 증가했다. 지난 20년 동안 매년 비슷한 흐름을 볼 수 있다.



연령 계산 '만 나이'로 통일하자는 법안까지 등장

한국에서만 사용하는 '한국식 나이'는 해마다 논란이다. 연령 계산법을 통일하자는 제안은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빈번히 등장했다. 시민들 사이에선 '만 나이'로 통일하자는 의견이 우세하다. 시민 500명을 대상으로 2018년 1월 진행한 SBS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92.4%가 나이 셈법을 통일해야 한다고 답했다. 또 응답자의 61.8%가 '만 나이'를 지지했다. 다른 조사 결과도 비슷하다. 네이버 법률에서 2018년 12월 온라인으로 진행한 투표에서 6,654명 중 82.7%가 만 나이 사용에 찬성했다,

올 6월 '만 나이'로 표시를 통일하자는 연령 계산 및 표시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됐다. 이장섭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한국식 나이 계산 방법인 '세는 나이'와 '만 나이', '연 나이'를 섞어 쓰다보니 △불필요한 행정비용 낭비 △나이에 기반한 서열문화 조성에 따른 사회적 갈등 △외국과 다른 연령 기준으로 인한 정보전달의 혼선 △특정 월의 출산기피 현상을 제안 이유라고 밝혔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검토 보고서를 통해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큰 사안인 만큼 연령 계산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우선될 필요가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법률안은 현재 행안위에 계류 중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반응이 뜨겁다. "12월생 억울해 빨리 바꿔라ㅜㅜ", "사촌동생 12월 31일생인데 어린이집에서 진짜 고생했어", "제발 근본도 없고 논리도 없는 관습 좀 바꾸자" 등 '만 나이' 상용화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크다.

일부에서는 '세는 나이'가 사라지면 또 다른 혼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국은 외국과 달리 나이에 따라 호칭이 달라져서다. 생일에 따라 나이가 바뀌면 오늘은 친구인데 내일은 형, 언니가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의 문화인데 바꿔야 할 필요가 있을까"라며 문화를 존중하자는 의견도 있다.

한편 2019년 1월 초 황주홍 전 국회의원 등이 비슷한 내용의 법률안을 발의했으나 행안회 법안심사소위에 계류하다 제20대 국회 임기가 끝나면서 자동으로 폐기됐다.


김정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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