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준, 전기충격기까지 사용… 신변보호 여성 가족 살해

입력
2021.12.31 15:45
보복살인, 강간 상해, 감금 등 혐의
피해자 성폭행 25시간 동안 감금
신고에 앙심... 부모에도 범행 결심
주거 침입 전기충격기·접이식 톱 사용
검찰 "범행 치밀하게 계획" 구속기소

신변보호를 받던 헤어진 여자친구 집을 찾아가 가족을 살해한 이석준(25)이 재판에 넘겨졌다. 이석준은 피해자와 가족 등에 대한 분노로 다수의 도구를 미리 준비하는 등 범행을 치밀하게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동부지검 형사3부(부장 이곤호)는 31일 신변보호를 받던 여성의 집을 찾아가 어머니를 살해하고 남동생을 중태에 빠뜨린 이석준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살인, 강간 상해, 감금, 개인정보호법 위반 등 8개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연인처럼 행동 안 하면 죽인다"... 25시간 동안 감금

이석준은 지난 5일 피해자 A씨를 천안 자신의 집에서 성폭행하고 해당 장면을 휴대폰 카메라 등으로 촬영했다. 항거 불능 상태에 빠진 A씨를 방에 감금하고, 다음 날인 6일 "대구에 가서 부모님과 친구들을 만나는데 연인처럼 행동하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협박해 25시간 동안 끌고 다녔다.

가족과 직접 연락하기 어려웠던 A씨는 친구를 통해 자신의 아버지에게 감금 사실을 전해 달라고 부탁했고, A씨 아버지가 경찰에 신고했다. 이석준은 이에 앙심을 품고 A씨와 가족을 보복 살해하기로 마음먹었다. A씨는 당시 경찰 조사에서 "이석준에게 수차례 감금과 성폭행을 당했고, 감금 상태에서 대구까지 왔다"고 진술했다. 이석준은 그러나 "감금한 일이 없고 동거 관계"라고 주장했다.


육가공칼에 부엌칼... 전기충격기까지

이석준이 사전에 범행을 치밀하게 준비한 점도 드러났다. 이석준은 지난 8일 자신이 알고 있던 A씨의 서울 집 주소로 찾아갔지만, 주소가 바뀐 것을 알고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게 된 흥신소에 50만 원을 건네고 주소를 파악했다.

이석준은 범행 전 부엌칼과 육가공칼, 전기충격기, 접이식 톱, 함마, 목장갑, 마대자루, 밀가루 등을 준비했다. 이석준은 10일 A씨의 집 인근에 대기하면서, A씨가 외출하자 집으로 침입해 어머니를 전기충격기로 공격하고 남동생에게도 흉기를 휘둘렀다. 어머니는 숨졌고, 동생은 중태에 빠졌다. 남편과 통화 중이던 어머니는 초인종 소리에 무의식적으로 문을 열면서 화를 당했다.

검찰은 이석준이 평소 A씨를 일방적으로 좋아했던 데다 강간 등으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되자, 배신감과 A씨 부모에 대한 분노로 범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흥신소 등을 통해 집 주소를 알아낸 것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보고 관련 혐의를 추가했다.

검찰 관계자는 "개인정보를 불법 제공한 흥신소 업주 등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다"며 "이석준이 죄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공소 유지에 만전을 기하는 한편 피해자 지원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