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매수심리 27개월 만에 최저… 부동산에도 '찬바람' 본격화되나

입력
2021.12.31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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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3개월 만에 서울 매매수급지수 최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가 2년 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해보다 7배 넘는 상승률을 기록했던 서울 아파트값에, 최근 매수심리와 거래량 위축 속에 관망세가 짙어지는 모양새다.

31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마지막 주(27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전주(93.9)보다 0.04포인트 떨어진 93.5로 집계됐다. 지난 2019년 9월 셋째 주(93.0) 이후 2년 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매매수급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0에 가까울수록 수요보다 공급이, 200에 가까울수록 공급보다 수요가 많다는 뜻이다. 기준선 100 이하는 "집을 사겠다"는 사람보다 "팔겠다"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

서울 지역 매수심리는 올해 추석 연휴를 기점으로 집값 급등 피로감과 대출 규제가 겹치면서 하락하기 시작했다. 9월 첫째 주 107.2였던 매매수급지수는 11월 셋째 주 99.6까지 급락하며 기준선 아래로 떨어졌다. 이후 6주 연속 하락세가 이어지며 90대 초반까지 내리막길을 걸었다.

중구·종로구·용산구 등이 속한 도심권이 전주(91.6)보다 1.0포인트 떨어진 90.6으로 서울 5개 권역 중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노원·도봉·강북구가 있는 동북권은 93.4에서 93.2로 하락했고, 고가 아파트 단지가 몰려 있는 동남권(서초·강남·송파·강동구)도 지난주 94.6에서 94.0으로 떨어졌다.

매매 거래량도 대폭 감소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31일 기준 12월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는 525건에 불과했다. 거래신고기한이 남아 있어 총 매매건수는 소폭 늘어날 전망이지만, 연중 최저치를 기록한 지난달(1,355건)의 절반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연초인 1월(5,795건)과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이다.

올해 서울 아파트값은 연중 계속 오르며 누적 상승률 6.58%를 기록했다. 지난해 누적 상승률 0.86%의 7배를 웃돈다. 매수자 입장에서는 가격 하락을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집값 고점론'이 확산되면서 끝 모르고 오르던 아파트값도 하락 국면에 접어드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에 관망세가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송파구 문정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연초만 해도 매수 문의 전화가 하루에 10통 이상 왔는데 요즘엔 2통도 많은 편"이라며 "매수세는 확연히 꺾인 듯하지만 집주인도 눈치보기에 들어가면서 크게 호가를 내리지는 않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승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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