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수사 난맥' 만든 공수처 이첩요청권, 심의위도 안 열고 발동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독점'하기 위해 이첩요청권을 발동하면서 심의위원회 절차는 거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공수처는 출범 초기 이첩요청권에 대한 위헌성 논란이 일자 심의위를 도입했지만, 수사권한 논란이 첨예한 이번 사건에선 소집하지 않았다. 법조계에선 "오동운 공수처장이 권한을 자의적으로 행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7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공수처는 지난달 8일 윤 대통령 내란 혐의를 수사 중인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와 경찰 특별수사단에 이첩요청권을 발동했다. 검찰과 경찰이 "수사가 이미 많이 진행됐으니 재고해달라"며 응하지 않자, 공수처는 13일 재차 이첩요청권을 행사해 윤 대통령 사건을 강제로 넘겨받았다. 공수처의 이첩요청권(공수처법 24조 1항)은 이첩 요구를 받은 수사기관이 '응해야 하는' 강행 규정으로 여러 기관에서 수사가 중복될 경우 공수처에 우선권을 부여한다. 이첩요청 기준은 '수사의 진행 정도 및 공정성 논란을 고려한 공수처장의 판단'으로 정했을 뿐 불복 절차도 마련하지 않아, 공수처 설립 때부터 "과도한 권한"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헌법재판소에서도 문제가 됐다. 헌재는 2021년 1월 공수처법 이첩요청권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을 각하했지만, 소수의견을 통해 위헌성을 지적했다. 재판관 3명은 "공수처장에게 일방적 이첩요청 권한을 부여하고, 상대 기관은 예외 없이 따르도록 해서 공수처가 다른 수사기관보다 일방적 우위를 차지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수사 진행 정도 및 공정성 논란'을 이첩 요청 사유로 규정하고 있으나 그 문언이 추상적이고 명확하지 않다"며 "향후 제정될 규칙으로 기준을 정한다고 해도 결국 처장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이첩 여부가 결정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첩요청권 심의위는 이 같은 위헌 논란을 의식해 도입됐다. 공수처는 2022년 10월 "내·외부 통제 절차를 강화해 절제된 권한을 행사하겠다"며 '이첩요청권 행사 여부'를 수사심의위원회 심의 대상에 포함시켰다. 공수처는 출범 이후 3년간 해당 심의위 예산으로 약 1억8,000만 원(편성 기준)을 받았다. 하지만 윤 대통령 사건 이첩요청은 심의위에 부쳐지지 않았다. 심의위는 공수처장이 요청해야 소집된다. 심의위 소속 한 위원은 본보 통화에서 "심의위에 회부해 중지를 모아야 할 사안으로 보인다"면서도 "심의위는 오동운 처장 취임 이후 한 차례도 열린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첩요청권이 발동되면 불복 절차가 없어 오 처장 결정이 없으면 되돌릴 수 없다. 법률 전문가들은 "공수처가 신중하게 발동해야 할 이첩요청권을 기준에 맞지 않게 남용했다"고 지적한다. 내란죄는 공수처법에 명시된 수사 대상 범죄가 아니지만, 공수처는 '직권남용죄의 관련 범죄'로 윤 대통령 내란 혐의를 수사하면서, 내란죄 수사권이 명백한 경찰에게도 이첩요청권을 발동했기 때문이다. 군·경 지휘관을 구속한 검·경과 달리 공수처는 수사 진행도 더딘 상황이었다. 법무연수원 교수를 지낸 이태일 변호사는 "이첩요청권은 공수처법 중에서도 가장 위헌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조항"이라며 "수사권이 불분명한 공수처가 수사권이 명백한 경찰에게 이첩을 요구한 것은 권한 악용"이라고 꼬집었다. 차장검사 출신의 김종민 변호사는 "공수처가 매우 엄중한 이번 내란 사건 수사를 자신의 권한을 확대하는 데 활용하려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